정부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전망치를 유지하는 방식으로 당초의 30% 감축 목표치를 더 늘리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매년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지만 이렇게 절충해서라도 30% 감축 계획을 고수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실제 환경부는 이를 기준으로 곧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또 2015년 1월로 예정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기어이 강행하려는 모양새다.

다른 나라들은 온실가스 의무감축 대상에 안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한국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이후 점점 늪 속으로 빠져 들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탄소배출량 세계 5위권인 중국, 미국, 인도, 러시아, 일본 등이 교토의정서에서 모두 빠져 2020년까지 의무감축국으로 참여하겠다는 29개국의 배출량을 다 합쳐봐야 전체의 15% 수준밖에 안 된다. 적극적이던 호주조차 탄소세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탈퇴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일본은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를 앞두고 감축 목표를 1990년 대비 25% 감축에서 2005년 대비 3.8% 감축으로 대폭 줄였다. 국제회의가 열릴 때마다 발을 빼려는 각국의 눈치보기가 갈수록 확실하다.

온실가스 감축 문제는 사실 더 이상 국가적 관심사가 아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셰일가스 개발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락해 화석연료 의존도가 급감하는 등 세계 에너지시장이 혁명을 겪는 중이다. EU에서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이 1톤당 4.7유로 수준으로 작년보다 절반 이상 떨어진 것도 이런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온실가스 규제는 시대 변화와도, 경제상황과도 맞지 않는다. 한국만 해도 2020년까지 경제적 비용을 고려한 감축 잠재량은 16.3%에 불과하다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보고서가 이미 나와 있다. 더구나 기업들은 내년 감축 목표치를 채우려면 가동 중인 공장까지 세워야할 판이다. 한국이 탄소규제를 선도하겠다는 것은 텅 빈 산에서 호랑이 흉내 내보자는 코미디다. 실리도 없는 낡은 프레임에 대한 집착을 버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