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고 싶어도 국내금융을 활용한 자금 조달이 안 된다.”(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비올 때 우산 뺏는 것’이 한국 금융의 현주소다.”(신제윤 금융위원장)

최 원내대표와 신 위원장이 한목소리로 금융권의 혁신을 강도 높게 촉구했다. 수익이 보장된 중견·대기업 및 개인 대출 등에 의존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에만 의존하지 말고 창조기업을 발굴해 신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비올 때 우산 뺏어"…최경환·신제윤, 금융권에 '돌직구'

○“창조경제 공염불 될라”

최 원내대표와 신 위원장은 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글로벌금융학회와 한국금융연구원 공동 주최로 열린 ‘글로벌 금융환경 변화와 한국의 대응’이란 심포지엄에 참석,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최 원내대표는 축사를 통해 “금융이 실물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녹색성장과 같은 많은 정책을 내놨지만 실물로 돈이 흘러가지 않아 공염불이 됐다”며 “3~5년 후 창조경제도 공염불이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금융산업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원내대표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시절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했을 때의 경험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당시 터키 원전도 수주하려 했지만 UAE 원전과 터키 원전을 같이 수주했으면 (자금조달이 안 돼) 둘 다 못할 뻔했다”고 털어놨다.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파이낸싱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었다.

신 위원장은 기조연설에서 한국 금융의 현주소를 세 가지 말로 압축했다. 우선 ‘비올 때 우산 뺏기’라는 표현을 들며 담보·보증부 대출에 의존한 보신주의 금융 행태가 만연해 있다고 비판했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기존 시장에 안주, 혁신적 시장 개척에 소홀하다는 점도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그들만의 리그에서 머무는 안주형 금융’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회사들은 정부의 보호 아래 과점 이윤과 높은 보상을 향유했지만 금융부실과 소비자 피해는 반복됐다”며 “최근 나타난 동양 투자자 피해가 대표적 사례”라고 강조했다.

○윤창현 원장 “금리 올려야”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이 자리에서 “내년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이미 작년 9월부터 확장기에 들어서 내년 정점을 찍고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처럼 말했다.

법무법인 남산의 정미화 변호사는 주제발표를 통해 과거 신용카드 사태, 저축은행 사태, 최근 동양 사태를 사례로 제시하면서 모두 금융감독의 실패가 배경이 됐다고 주장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