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앤더슨의 ‘자극하기’(1881년,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소피 앤더슨의 ‘자극하기’(1881년, 캔버스에 유채, 개인 소장)
앳된 소녀가 고양이를 품에 안고 있다. 오른손에는 새의 깃털을 들었다. 얼굴에는 장난기 어린 미소가 서려 있다.

지금 소녀는 유쾌하면서도 짓궂은 놀이를 준비하고 있다. 깃털로 고양이를 골탕 먹이려는 것이다. 고양이나 개는 조그만 자극에도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가. 그렇게 화를 돋워 쾌감을 만끽하려는 것이다. 녀석이 골탕을 먹거나 말거나 앳된 아가씨가 상관할 바 아니다. 저 순진한 얼굴 뒤에 가려진 야릇한 미소. 이것은 아무나 묘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영국 여성화가 소피 앤더슨(1823~1903)은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으로 포착해 명성을 얻었던 화가다. 그는 주로 런던, 뉴욕 등 대도시에서 살았지만 늘 자신의 주인공들을 자연 속에 뛰놀거나 동물과 교감하는 자연친화적인 존재로 묘사했다. 그는 미물일망정 생명이 깃든 존재와 교감하는 삶이 사람들의 마음을 얼마나 풍요롭게 해주는지 일깨워준다. 산업혁명과 도시화로 황폐화된 19세기 영국인들에게 그의 작품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슴 뭉클한 위안거리였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