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지수 범위로 1800~2500을 제시했다. 지수 흐름은 ‘상고하저(上高下低)’를 예측하는 증권사가 많았고, 대체적으로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예상했다. 내년에 강세를 띨 업종으로는 자동차와 정보기술(IT)을 포함해 조선·철강 등의 경기민감주를 제시하는 의견이 많았다.

○수급여건 개선…지수흐름 ‘상고하저’

내년 국내 증시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인 가운데 상고하저를 예상하는 증권사들이 많았다. 삼성증권은 내년 코스피지수가 1900~2300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중 최고치를 형성하고 이후에는 횡보 조정 또는 박스권에 묶이는 흐름을 나타낸다는 설명이다. 교보증권 역시 상고하저 흐름의 연간 추세를 전망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하반기에 진행되는 상승세가 연초까지 이어지면서 내년 2분기 중반에 연중 고점을 형성하는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코스피지수를 1980~2380으로 전망한 하나대투증권은 중국 경제의 영향으로 2분기에 고점을 찍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양적완화 이후 경상적자와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인도네시아, 인도 등의 신흥국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나 기초체력이 안정적이고 공산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대만 등은 긍정적인 성장세가 기대된다”며 “특히 중국 경제가 안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도 2분기에 국내 증시가 고점을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저하고를 예상하는 증권사도 있다. 내년 예상 코스피지수를 1950~2350으로 발표한 대신증권은 상반기에 한국과 유럽 등 부진했던 경제권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다가 하반기 들어 국내자금 유입으로 인해 주가수익비율(PER)이 상승하는 상저하고를 예측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 양적완화는 주가조정 이슈가 아니며, 유로존 내 부진했던 경제권은 내년 중 상승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최소한 경기 하강 위험이 더 이상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주도주로는 화학·조선·은행주를 포함해 각종 중소형주를 꼽았다.

증권사들은 내년 예상 경제성장률로 3.3~3.8%를 제시했다. 동양증권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시기 연기와 선진국의 실물수요 및 중국 경기실사지수 개선, 신흥국 금융자산의 투자매력 상승 등으로 인해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 경제 성장률은 3.8% 수준으로 예상했다.

대우증권이 예상한 내년 경제 성장률은 3.3% 수준으로 상반기 3.6%, 하반기 3.0%다. 수출 회복에 이어 국내총소득 증가로 소비와 투자 등 내수경기 회복이 뒤따르겠지만 하반기에는 중국 등 신흥국 경기 둔화와 정부지출 기여도 하락으로 경기회복세가 주춤할 것으로 분석했다. 예상 코스피지수로는 1850~2300을 내놓았다. 허재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내년 2월까지 미국 정치에 따른 불확실성이 남아 있겠지만,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및 지난해 유로존 위험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화 강세로 인한 증시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평균환율로 달러당 1040원을 전망한다”며 “환율이 달러 당 1100원 이하에서 코스피지수가 타격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 주식시장은 내년에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추천 종목은 IT·자동차와 경기민감주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구조적 환경과 매크로 여건을 고려할 때 내년수급여건은 점진적으로 나아질 것”이라며 “반도체, 소매, 은행, 보험, 조선·기계업종은 실적 호전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건설과 해운업종은 업황 개선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내년에 눈 여겨볼 만한 종목으로는 삼성전자, 롯데하이마트, 하나금융지주, 메리츠화재, 삼성중공업, 현대차, 네이버 등을 제시했다.

내년 예상 코스피지수 범위로 1880~2420을 제시한 우리투자증권은 글로벌 제조업의 동반 회복 과정에서 수출 확대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기업들의 빠른 설비투자 확대가 이뤄지면서 거시경제와 주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점 등을 내년 증시의 호재로 꼽았다. 악재로는 유로존 위기와 신흥국의 각종 선거를 둘러싼 증시 불확실성을 거론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내년 투자 유망종목으로 삼성전자, 대림산업, 만도, 현대중공업, 롯데케미칼, LG화학, KB금융 등을 제시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시장에 좋은 기업이 많아졌고 환율도 예전과 달리 기업 이익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지수가 안정적인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며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신흥국 시장을 뒤흔들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국은 예외라고 본다”고 말했다. 내년 코스피지수는 225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고 추천 종목으론 삼성전자, 현대차, KB금융지주, 한국타이어, 네이버, SK하이닉스 등을 꼽았다.

내년 예상 지수밴드로 1900~2350을 제시한 동양증권의 추천 투자종목군은 이익증가율이 높으면서 중간재 성격이 강한 기계, 화학, 전자 등이다. 이 증권사는 내년 추천종목으로 LG화학, 현대중공업, 대림산업, 네이버, 두산을 꼽았다.

이은택 동부증권 연구원은 “향후 도래할 글로벌 경기 확장기는 1990년대와 같이 선진국이 이끄는 호황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IT·금융주 등 경기민감 소비업종과 헬스케어와 같은 신성장 산업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기차업체인 테슬라 등 친환경 관련주를 추천종목으로 꼽았다.

교보증권은 올해 부진했던 산업이 내년에 실적 회복을 나타내겠지만, 그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소재·산업재 산업군의 실적 회복이 상반기에 가시적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교보증권의 예상 코스피 지수범위는 1850~2250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이익변동성 증가와 글로벌 총수요 하락에 따른 이익감소, 기업이익 쏠림 현상 등 올해까지 코스피지수를 아래로 억눌러왔던 악재들이 내년엔 해소될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화학, 보험, 조선, 운송, 은행 등을 내년 선호업종으로 추천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