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증시 생태계'] 대만·인도 질주하는데…코스피 맥없이 내리막
주요 신흥국인 대만, 인도 증시가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지만 한국 증시는 오히려 하락세를 이어갔다. 달러당 엔화 환율이 103엔까지 올라가는 등 엔화 가치 하락(엔저)이 지속된 데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늦어지면서 ‘신흥국이면서도 준선진국’ 위치인 한국 시장 내 외국인 이탈이 일어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0.35% 내려간 1993.45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9일부터 8거래일간 2.54% 하락했다. 전일(9일) 같은 신흥국 안에 속한 대만 자취안지수가 8444.62, 인도 센섹스지수가 21,326.42를 기록하며 동시에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 자금흐름도 해당 국가들과 차이를 보였다. 외국인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6일까지 대만에서 2억6600만달러어치, 인도에서 4억4900만달러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서는 3584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엔화 가치가 하락하고 미국 양적완화 축소가 지연되면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했다고 분석했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글로벌 팀장은 “대만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엔화 가치 하락이라는 악재가 발생하면서 대만 쪽으로 자금이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 양적완화 축소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주요 신흥국가에서는 자금이 이탈했지만 ‘준선진국’ 위치인 한국에서는 이탈하지 않았던 특징이 있다”며 “오히려 양적완화 축소가 늦어지면서 국내에서 자금이 이탈해 ‘풍선효과’처럼 대만과 인도 등지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희은/강지연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