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사태·실적부진 탓 승진자 대폭 줄어들 듯
오너 일가의 승진이 없어지면서 그룹 전체 임원 승진자 수도 지난해 절반 수준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자엽 LS전선 회장(63)의 외아들인 구본규 LS산전 부장(34)이 이사로 승진하는 등 오너 3세들이 일부 승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LS그룹은 12일 이런 내용의 임원 승진 인사를 실시한다고 10일 밝혔다. 올해 인사에서 회장 승진이 유력했던 구 부회장은 스스로 승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구자열 LS그룹 회장 등에게 전달했다.
고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인 구태회, 고 구평회, 고 구두회 명예회장 등 이른바 ‘태평두(泰平斗)’ 3형제가 2003년 11월 LG그룹에서 독립해 만든 LS그룹은 8명의 사촌형제가 공동경영하고 있다.
구자열 회장의 둘째 동생인 구 부회장은 2009년 말 LS산전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만 4년이 지나 올해 회장직에 오를 차례였다. 구 부회장의 둘째 형인 구자용 E1 회장은 부회장이 된 지 4년 만인 2010년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구 부회장에 이어 구 사장도 승진을 다음 기회로 미뤄줄 것을 회장단에 요청했다. 구 부회장을 비롯한 다른 사촌형제들의 관례대로라면 구 사장은 사장직에 오른 지 만 2년이 된 올해 부회장 승진이 유력했다.
LS그룹 내 한 임원은 “오너 경영인들이 원전 비리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스스로 승진을 포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열 회장은 지난달 8일 그룹 창립 10주년 기념 행사에서 “원전 비리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법률적 책임을 포함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공식 사과했다. LS전선이 지분 70%를 보유한 JS전선은 울산 신고리 원전 1~4호기, 경북 경주 신월성 원전 1, 2호기의 시험성적서 등을 조작하고 불량 케이블을 납품해 파문이 일었다.
오너 경영인들이 승진을 포기하면서 올해 LS 전체 임원 승진자 수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주력 계열사인 LS전선이 승진을 최소화해 그룹 전체 임원 승진자는 예년의 절반 수준인 10여명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LS는 2011년과 지난해 각각 38명과 36명의 임원을 승진 발령했다.
정인설/윤정현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