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언시 순위를 둘러싼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1순위로 담합을 자진신고했더라도 주어진 기간 내 증빙자료를 제대로 못 냈거나 후순위로 신고한 다른 기업이 보다 광범위한 증거를 제시할 경우 순위가 뒤바뀌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순위는 100%, 2순위는 50%까지 과징금을 깎아주니 법정 다툼이 벌어지는 것도 당연하다. 과징금 규모가 천문학적 액수라면 회사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를 해놓고 바로 그 공정위에 소송을 거는 희한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리니언시는 증거 확보가 어려운 담합조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다. 소위 ‘죄수의 딜레마’ 이론을 활용한 것으로 동종 업계 누군가의 배신과 고자질을 부추긴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제도는 아니다. 행정편의를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물론 미국 일본 유럽 등 40여개국에서도 시행 중이고 담합 적발에 나름의 효과가 있다는 면에서 그 필요성을 전면 부인할 수는 없다. 실제 1997년 리니언시 제도 도입 후 자진신고 건수는 대체로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이 제도가 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기업활동은 경쟁과 협력의 연속이다.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나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협력과 경쟁을 통해 상호 성장동력을 키워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협력과 경쟁의 합성어인 코피티션(coopetition)이란 말이 생긴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모든 기업을 예비 범죄집단으로 간주하고 자백 경쟁을 시키는 리니언시는 기업 간 협력과 분업 시스템을 파괴할 수도 있다. 서로가 상대를 고발하는 담합 신고와 소송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기업 간 협력은 불가능하다.

리니언시의 탄력적 운용이 요구된다. 과거 여러차례 제도 개선이 있었다. 그러나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다. 이제는 생태친화적인 리니언시가 필요하다. 리니언시 순위 변경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