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그림의 경계를 허물다…이명호 씨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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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캔버스에 나무를 그린 듯한 이미지가 전시장에 들어선 관객의 이목을 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자세히 보면 그린 게 아니라 촬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황량한 초원에 뿌리내린 아름드리나무 뒤에 거대한 캔버스를 설치하고 이것을 다시 필름에 담은 것이다.
사진작가 이명호 씨(경일대 교수)는 예술의 본질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업으로 세계 사진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내년 1월5일까지 열리는 그의 개인전 ‘사진-행위 프로젝트: 밝은 방, 어두운 방’은 친숙한 자연을 모티프로 삼아 재현의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그의 작업은 사막 초원 툰드라 등을 답사하며 인상적인 장소와 모티프를 찾아내는 데서 시작된다. 일단 대상이 정해지면 1, 2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찰해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와 가장 멋진 앵글을 찾아내 배경에 10m가 넘는 초대형 캔버스를 설치한다. 그는 그렇게 자연이 만든 작품을 캔버스에 옮기고 이것을 다시 뷰파인더에 담는다. 회화적 재현과 사진적 재현이 맞부딪치는 지점이다.
모두 18점을 출품한 이번 전시에서 이씨는 1층 ‘밝은 방’에는 나무 연작을, 2층의 ‘어두운 방’에는 사막에서 촬영한 바다 연작을 선보인다. 바다 연작은 끝없이 펼쳐진 몽골의 고비사막, 이집트의 아라비아 사막에 가로로 긴 띠처럼 캔버스를 장치한 후 수백m 떨어진 지점에서 촬영해 마치 거대한 바다의 수평선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어린 시절 우편배달부를 꿈꿨다는 작가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한 지점을 필름에 담아 관객에게 배포한다는 점에서 나는 또 다른 의미의 우체부”라고 말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사진작가 이명호 씨(경일대 교수)는 예술의 본질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업으로 세계 사진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본관에서 내년 1월5일까지 열리는 그의 개인전 ‘사진-행위 프로젝트: 밝은 방, 어두운 방’은 친숙한 자연을 모티프로 삼아 재현의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그의 작업은 사막 초원 툰드라 등을 답사하며 인상적인 장소와 모티프를 찾아내는 데서 시작된다. 일단 대상이 정해지면 1, 2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찰해 가장 아름답게 보일 때와 가장 멋진 앵글을 찾아내 배경에 10m가 넘는 초대형 캔버스를 설치한다. 그는 그렇게 자연이 만든 작품을 캔버스에 옮기고 이것을 다시 뷰파인더에 담는다. 회화적 재현과 사진적 재현이 맞부딪치는 지점이다.
모두 18점을 출품한 이번 전시에서 이씨는 1층 ‘밝은 방’에는 나무 연작을, 2층의 ‘어두운 방’에는 사막에서 촬영한 바다 연작을 선보인다. 바다 연작은 끝없이 펼쳐진 몽골의 고비사막, 이집트의 아라비아 사막에 가로로 긴 띠처럼 캔버스를 장치한 후 수백m 떨어진 지점에서 촬영해 마치 거대한 바다의 수평선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어린 시절 우편배달부를 꿈꿨다는 작가는 “특정한 시간과 공간의 한 지점을 필름에 담아 관객에게 배포한다는 점에서 나는 또 다른 의미의 우체부”라고 말했다.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