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수 이선태 씨가 국립현대무용단의 연말 기획공연 ‘춤이 말하다-크로스 컷’에서 현대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무용수 이선태 씨가 국립현대무용단의 연말 기획공연 ‘춤이 말하다-크로스 컷’에서 현대무용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현대무용 같지 않다.’ 오는 1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춤이 말하다-크로스 컷(Cross Cut)’을 보고 든 생각이다.

공연에 해설을 곁들인 ‘렉처 퍼포먼스’란 형식 덕분일까. ‘현대무용’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난해함과 추상성이 이 작품엔 없다. 구체적이고 직설적이다. 그래서 일반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만큼 이해하기 쉽다.

무대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춤꾼 6명이 등장한다. 아니, 출연자들은 공연 시작 전에 이미 무대에 나와 몸을 풀고 있다. 상모춤 명인 김운태, 발레리나 김지영 김주원, 현대무용수 이선태 이나현, 스트리트댄서 김기헌 안지석이 그 주인공. 공연이 이미 시작됐는데도 이들은 여전히 스트레칭을 한다. 공연이 지체되나 했는데 그게 아니다. 첫 번째 문을 연 김지영은 무대에서 태연히 물을 마시고, 가방에서 의상을 꺼낸다. 관객과 무대 가운데 놓였던 보이지 않는 벽이 스르르 무너진다.

자신만의 세계를 공고히 쌓은 이들 6명은 조곤조곤 이야기한다. “때론 발레가 힘들고 지겹고 그래요.”(김지영) “‘비보이 그거 언제까지 할래?’ 이런 말 들을 때 힘 빠져요.”(김기헌) “고3 때 무용콩쿠르에서 상을 타기 위해서 의미는 없지만 멋있는 동작을 짰어요. 이런 거요.”(이선태) “먹히면 무대에 서는 거고, 안 먹히면 내려오는 거죠.”(김운태)

춤의 정의부터 시작해 춤꾼으로 살아가는 고충, 춤에 대한 철학을 설명하고 보여준다. 무대 조명만 있는 단출한 무대는 춤꾼들의 민낯을 보여준다는 이번 공연의 취지와 잘 어울린다. 다만 즉흥이 무대를 이끄는 동력이라 그럴까. 출연진 간의 즉흥 컬래버레이션을 볼 때 긴장돼서 조마조마하다.

안애순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지난 7월 취임하며 예술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했다.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는 데 성공한 것 같다. 2만~3만원. (02)3472-1420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