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1단계 민영화가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매각 자문사들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새로 합류한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일회계법인 등이 호평을 받는 반면 3년 전부터 참여했던 JP모간과 대우증권, 삼성증권 등은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분위기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F&I, 우리파이낸셜 매각 방식과 구조에 대해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다. 가장 큰 관심을 끈 대목은 매각 자문사인 씨티와 삼일회계법인이 우선협상 대상자가 내오던 이행보증금을 생략했다는 점. 대신 본계약(주식매매계약) 체결 시 매각가의 10%를 보증금으로 내도록 했다.

입찰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정부, 공기업 자산을 파는 공적인 인수합병(M&A)에서 이행보증금을 부과하지 않은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이행보증금이 없어지면 우선협상 대상자와 계약서 세부 조항을 협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사모펀드(PEF)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도 크다.

프로그레시브 협상도 공적인 매각절차에서 볼 수 없었던 시도다. 프로그레시브 딜은 본입찰 이후에도 인수 후보끼리 다시 경쟁을 시키는 협상 기법이다. 씨티와 삼일은 우리F&I 본입찰에서 1, 2위를 차지한 대신증권, IMM 프라이빗에쿼티(PE)에 대해 다시 경쟁을 붙여 가격을 높이고 조건을 유리하게 끌어냈다.

씨티, 삼일이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엔 JP모간, 대우증권, 삼성증권 등 기존 매각 주관사들의 부진도 일부 작용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들은 2010년 민영화를 처음 추진할 당시 아시아 최대 금융회사 자문 계약을 땄다는 이유로 IB업계의 부러움과 질시를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우리금융 민영화가 3년 이상 지연되면서 ‘기세’가 꺾였다. 이들 자문사는 경남은행, 광주은행 주총 기일이 연기된 사실도 사후에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열사 분할 매각 방안을 결정할 때도 자문사들은 배제됐다. 이번 매각 결과는 유암코, LIG손해보험, 대우증권 등 앞으로 진행될 국내 금융회사 M&A 자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좌동욱 기자 l 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