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의 애니 에클레스 부부는 지난 2년 동안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한 아파트에서 월세를 살고 있다. 월세는 매년 시 정부가 정한 한도를 꽉 채운 만큼 오르고 있다. 그는 “학자금 대출 이자와 같은 수준의 월세를 매달 내는데다 주차료도 만만치 않아 집을 사기 위한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에클레스와 같은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 2008년 주택시장 거품 붕괴 여파로 은행에 집을 압류당한 4600만가구 중 상당수가 여전히 집을 되찾지 못한데다 젊은 세대들이 집을 사기에는 집값이 너무 빠르게 오르고 있어서다.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미국 주택시장 회복세의 온기가 이들에게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주택연구센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월세 주택에 거주하는 가구는 4300만가구로 전체의 35%에 달한다. 2007년에 비해 400만가구나 늘어났다. 25~54세 기준으로는 하버드대 주택연구센터가 관련 조사를 시작한 1970년대 초 이후 가장 많은 가구가 월세에 살고 있다.

수요가 늘면서 자연히 월세는 큰 폭으로 치솟았다. 월세 세입자 중 소득의 30% 이상을 임대료로 내는 가구의 비중이 50%에 달한다. 10년 전에는 18%에 불과했다. 소득의 50% 이상을 임대료로 내는 가구도 지난 4년간 43%나 늘어났다. 숀 도너번 미국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은 “미국은 현재 최악의 월세 대란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흔히 젊은 세대들은 주택 소유에 대한 열망이 적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30세 이하 가구의 95%가 언젠가는 주택을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들이 집을 살 수 있는 확률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초부터 미국의 주택가격이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데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규모 축소를 시사한 지난 5월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 등 전문 투자자들이 임대료 수익을 위해 월세 시장에 뛰어든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집값과 임대료가 동시에 오르고 있기 때문에 현재 전문 투자자들이 보유한 주택 수는 300만채에 달한다고 하버드대 주택연구센터는 추산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