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들이 방사선 실험을 통해 만든 물질을 테스트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들이 방사선 실험을 통해 만든 물질을 테스트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전북 정읍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하장호 방사선기기 연구부 책임연구원 팀은 최근 방사선 영상기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방사선 센서 소재와 센서 개발을 위한 막바지 작업에 힘을 쏟고 있다. 연말 센서 개발을 마치면 다음 단계로 2015년까지 암 진단 등에 사용하는 양전자단층촬영(PET) 단일광자단층촬영(SPECT) 등 영상기기 상용화에 도전할 예정이다. 국내 관련 장비 시장은 연간 1조원이 넘지만 9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가 한국형 강소 방사선 영상기기업체를 육성해 원자력 분야에서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전기 생산을 위한 원자력 발전 중심 정책에서 벗어나 방사선을 이용한 영상기기, 신약 개발, 육종 등을 활성화하는 게 목표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11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원자력안전위원회 등과 함께 제3회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원자력 창조경제 실천계획’을 확정했다.

○커지는 방사선 산업


방사선 관련 시장은 의료 제조 농업 등 다른 산업과 융합하며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방사선 산업 규모가 전력 시장의 세 배를 넘어섰고 일본에서는 전력과 비슷한 규모까지 발전했다. 하지만 국내 원자력 시장에서 방사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대에 머물고 있다. 산업이 발전하지 못하다 보니 방사선 분야 기술 수준도 미국의 73.4%에 그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문해주 미래부 우주원자력정책관은 “국내 기업의 방사선 기기 제작 능력은 단순 부품이나 소형 완제품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전자선 발생기, 고감도 방사선센서 등 핵심 기술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비발전 R&D 두 배로 확대


정부는 신산업 창출 파급력이 큰 방사선 등 비발전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를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원자력 R&D 투자에서 비발전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을 지난해 25.8%에서 2017년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산업체 참여 개방형 R&D 기획 강화, 기업 주도 산학연 공동 R&D 신설, ‘코칭 전문가단’ 등을 통한 방사선 R&D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 등도 신설한다. ‘원자력기술 종합정보지원센터’ ‘방사선 연구시설 공동활용협의회’ 등을 만들어 기업들의 방사선 기술 개발 기회도 넓힐 계획이다.

미래부는 이런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현재 3만2000개 수준인 원자력 비발전 분야 회사 수가 2017년 3만7000여개로 늘어나고 이들의 매출도 4조3000억원에서 6조9000억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방사선 제품 자급률도 20.8%에서 2017년에는 35%로 개선될 것으로 예측했다. 문 정책관은 “이번 계획은 R&D 투자뿐만 아니라 신산업 창출, 기업 지원 등을 포함한 원자력 비발전 분야에 대한 최초의 종합 계획”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2028년까지 차세대 원전 개발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지난 10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현지 원자력·재생에너지원(KACARE)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으로 원자력연구원은 사우디의 원자력 분야 전문 연구소 설립을 지원하고 한국이 개발한 중소형 원전의 현지 도입 타당성 조사 등을 공동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7월 원자력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중소형 원전인 ‘스마트(SMART)’는 대형 원전보다 안전한 데다 전력 공급이 쉬워 해외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이처럼 국내 기술이 앞서 있고 민간 기업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쉬운 중소형 원전 기술의 해외 수출을 전략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이 밖에 한번 사용한 핵연료를 다시 쓸 수 있는 4세대 원자로인 소듐냉각고속로(SFR) 투자도 확대해 2028년까지 원형로를 건설하기로 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