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예산안 합의…'2차 셧다운' 피했다
미국 의회가 그간 진통을 겪어온 예산안에 합의함에 따라 내년 초 우려됐던 연방정부의 ‘셧다운(일부 폐쇄)’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미국 경제의 최대 불확실성이 사라진 만큼 기업의 투자심리와 가계 소비 심리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 협상 대표인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위스콘신주)과 민주당 협상대표인 패티 머레이 상원 예산위원장(워싱턴주)은 1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2014회계연도(2013년 10월~2014년 9월)와 2015회계연도 예산안을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골자는 두 가지다. 우선 연방정부의 예산 자동삭감(시퀘스터) 조치는 그대로 두되 2년간 국방 예산을 포함해 일반 예산(재량지출)을 630억달러 증액하기로 했다. 뉴욕타임스는 “시퀘스터에 의한 예산 삭감분의 절반이 회복되며 특히 국방 예산의 시퀘스터 충격은 거의 해소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둘째는 세금 인상 없이 재정수입을 늘리기로 한 것이다. 항공 운임 수수료 인상, 공무원 연금 본인부담금 인상, 퇴직군인 연금 축소 등을 통해서다. 국민적 저항이 상대적으로 덜한 부문이다. 이를 통해 향후 10년간 재정적자가 850억달러 줄어든다. 2년간 예산증액을 감안한 순수한 재정적자 감축액은 220억달러다.

이에 따라 사회보장연금, 의료보험 등 매년 자동적으로 지급하는 의무지출을 제외한 재량지출 예산은 당초 논의된 9670억달러에서 1조23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번 합의안은 공화당이 반대하는 세금 인상, 민주당이 거부하고 있는 예산삭감을 모두 피해가면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라이언 위원장은 “세금을 올리지 않으면서 재정적자를 줄일 수 있고 더 현명한 방식으로 지출을 줄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합의안에 내가 원하는 모든 게 포함되지는 않았다. 공화당도 나처럼 느낄 것”이라며 “그러나 민주당과 공화당이 위기를 동반한 의사결정 시스템을 타개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하원은 13일께 예산안을 처리할 예정이며 상원은 이번 주 후반이나 다음주에 처리한다.

공화당 내 보수 세력인 티파티가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고 민주당 일각에서도 복지예산 축소에 반발하고 있지만 양당 지도부가 환영하고 있어 큰 진통 없이 상하원을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내년 3월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문제가 아직 남아 있어 또 한 차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