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가 기존 금융권으로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급기야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간은 비트코인의 주요 구조를 그대로 모방한 결제시스템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JP모간이 비트코인과 유사한 결제시스템의 특허를 신청했다”고 11일 보도했다.

JP모간의 새 결제시스템은 가상화폐 생성을 통한 거래 익명성과 편의성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비트코인과 닮았다는 평가다. 시스템 자체적으로 가상화폐를 생성해 거래 당사자의 이름과 계좌번호를 밝히지 않고 돈을 상대방에게 이체할 수 있다. 이용자는 JP모간 계좌에 현금을 입금한 뒤 이를 가상화폐로 바꿔 결제와 송금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체 수수료가 저렴한 비트코인처럼 소액 이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수수료가 붙지 않는다. 비트코인과 같이 가상화폐를 온라인에 저장할 수 있는 ‘온라인 지갑’이라는 부가기능을 갖고 있으며, 가상화폐의 전반적인 이용 내역을 알아볼 수 있는 기능도 비트코인의 ‘블록체인’ 서비스와 동일하다. 다만 JP모간은 가상화폐에 별도의 이름을 정하지는 않았다.

FT는 “이는 확대되고 있는 모바일 및 인터넷 결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벌어지고 있는 기존 금융사들의 치열한 경쟁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급격히 팽창하고 있는 온라인 결제시장을 놓고 은행과 카드사는 물론 애플과 구글, 페이팔(해외 물품 구매 사이트) 등 정보기술(IT)기업들까지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JP모간은 지난 8월 제출한 특허 신청서에서 “새로운 결제 시스템으로 온라인 거래에서 은행 체크카드 및 신용카드 등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JP모간의 이번 시도는 비트코인이 단순한 투기 대상이 아니라 금융 결제시스템으로서도 상당한 강점을 갖고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