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이어온 '사랑의 쪽방촌' 봉사…삼성 사장단 32명 "올해도 왔습니다"

86세 할머니,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에 "이렇게 추운데" 손수 양말 신겨주기도

서울 용산구에 있는 서울역 쪽방촌을 찾은 삼성 사장들이 생필품 세트를 운반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할머니 올해 여러 번 수술을 받으셨다는데, 건강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찾아주니, 고마워서. 추운데 이 양말이라도 더 신어.”

11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동자동 남산 기슭의 쪽방촌. 안민수 삼성화재 신임 사장이 86세의 한 할머니 댁을 찾았다. 이 할머니는 6·25전쟁 때 남편과 헤어져 지금껏 홀로 살아왔다. 올해는 관절염과 백내장 수술을 받아 더 외롭고 힘든 겨울을 맞았다.

안 사장은 쌀과 김치 외에 수술 회복을 위해 찜질기, 건강식품, 돋보기 등을 선물했다. 할머니는 직원들에게 준비한 양말을 한 켤레씩 선물하고, 안 사장에게는 손수 양말을 신겨주기도 했다.

삼성 사장단의 연말 사회봉사 전통으로 자리잡은 ‘쪽방 봉사’가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이날 안 사장을 비롯 전동수 삼성SDS 사장,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새로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이를 포함해 모두 32명의 삼성 계열사 사장이 용산, 남대문 등 서울지역 6개 쪽방촌을 찾았다.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은 남대문 쪽방에 사는 한 할아버지를 찾아 오리털 방한 조끼를 선물했다. 이 할아버지는 전화기 옆에 큼직한 글씨로 삼성전기에서 자원봉사를 나왔던 직원들의 전화번호를 써놓고 필요할 때마다 연락하곤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삼성전기 임직원들은 할아버지 댁에 방한 커튼, 문풍지를 부착하고 겨울 이불도 전달했다.

정수현 서울역쪽방상담소 소장은 “삼성 임직원들이 해마다 쪽방을 찾아와 대화도 나누고 외롭고 아픈 이들을 챙겨주고 있어 연말만 되면 쪽방 주민들이 삼성 임직원들을 기다린다”고 귀띔했다.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은 “주위에 어려운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이렇게 현장에 와서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간다”며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늘 봉사하는 마음을 갖고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 임직원들은 이날 사장단과 별도로 전국 쪽방촌을 찾아 6100여 독거노인 등에게 라면과 참치캔, 김 등이 담긴 생필품 세트와 오리털 방한 조끼 등을 전달했다. 또 벽화 그리기 등 환경정화 활동도 펼쳤다.

한편 삼성은 사장단 쪽방 봉사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8만5000여명의 임직원과 임직원 가족, 지역사회 단체가 함께하는 이웃사랑 캠페인 봉사활동을 펼친다.

삼성SDI 합창동호회원 25명은 이날 용인노인요양원을 찾아 합창, 기악합주, 탭댄스 공연을 벌이고 무릎 담요 등 방한용품을 전했다. 에스원은 오는 31일 종무식을 소외계층 봉사활동으로 대체키로 했다. 임직원 350여명이 18개 미혼모시설과 20개 아동시설에 장갑, 목도리, 과자 등을 전달할 예정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