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브라질·신흥국 채권….’

올해 투자자들에게 큰 폭의 손실을 안겨 준 이른바 ‘쪽박펀드’들이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우려로 신흥국 자산이 크게 출렁거린 탓에 신흥국 채권 펀드는 연초 기대와 달리 7% 이상 손실을 봤고, 중국 경기 둔화와 달러 강세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추락, 금을 포함한 원자재펀드도 20% 안팎의 손실률로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내년에도 이들 펀드 유형은 수익률 부진이 지속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악'소리 나게한 '펀드 3종세트'

○올 수익률 꼴찌는 금펀드, -30%

올해 투자자들에게 ‘쪽박펀드’란 오명을 남긴 대표 상품은 금펀드다. 11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0개 금펀드가 거둔 연초 이후 수익률(10일 기준)은 -31.23%다. 지난해 3.55%의 수익을 냈지만 올해 수익률은 곤두박칠쳤다. 최근 한 달간 -7.24%의 수익률을 낸 것은 물론 6개월간 -15.58%의 수익률을 나타냈을 정도로 1년 내내 바닥권이었다. 33개 테마펀드 유형 중 꼴찌다.

양적완화 축소 이슈로 달러 강세가 지속,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주목받던 금 투자 수요가 줄면서 금 가격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블랙록월드골드자(H)A’ ‘신한BNPP골드1A’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45.17%, -42.28%로 연초 투자자의 원금은 거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상장지수펀드(ETF)인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ETF(금-파생형)’도 -26.03%다. 이원재 SK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지표 호전과 주식시장 상승으로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내년에도 현 수준의 약세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브라질·신흥국 채권 펀드도 ‘악소리’

해외채권형 펀드에 실망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13%의 수익률을 낸 해외채권형 펀드는 대표적인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부상해 3조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던 상품이다.

이 중 신흥국 채권 펀드는 지난해 13.19%의 평균수익률을 기록, 8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았다. 하지만 지난 5~6월을 기점으로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외국인 자금이 신흥국 자산에서 급격히 이탈하면서 신흥국 채권 가격이 급락, ‘하나UBS글로벌이머징국공채자A’(-9.26%) ‘KB이머징국공채인컴자C’(-8.10%) ‘피델리티월지급식이머징마켓자C’(-7.90%) 등 관련 펀드들은 올해 7% 넘는 손실을 기록 중이다. 스티브 엘리스 피델리티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신흥국 채권시장은 내년에도 테이퍼링 이슈로 외국인 자금 유출입 동향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면서 “국가별로 경기사이클도 상이해 국가별, 채권자산별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상품”이라고 말했다.

해외주식형 펀드에서는 브라질 펀드의 수익률 급락세가 두드러졌다. 13개 브라질 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손실률이 19.47%에 달해 ‘애물단지 펀드’로 전락했다. 브라질 헤알화가 지난해 말 1헤알당 520원대에서 450원대로 급락, 환차손만 15%에 달한 데다 브라질 정부 개입으로 브라질 증시(보베스파지수)가 16% 이상 하락, 펀드 수익률도 급락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자1A’(-23.79%), ‘JP모간브라질자A’(-21.06%) 등 주요펀드들이 20% 넘는 손실을 입었다.

브라질 펀드 역시 내년 전망이 밝지는 않다. 김영환 미래에셋자산운용 부최고주식운용책임자(CIO)는 “내년 월드컵 개최와 중산층 성장은 증시에 긍정적 요소이나 브라질 대선과 낮은 성장률로 인한 투자등급 하락 우려 등은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