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금융위,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승인, 보험업도 진출…MBK '식욕'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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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5조 매물 사들여…업계 "김병주 회장 날개 달아"
"투자성과 아직 검증 안돼 성공여부 판단 이르다"
"투자성과 아직 검증 안돼 성공여부 판단 이르다"
▶마켓인사이트 12월11일 오후 4시25분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사진)이 국내 5위권 생명보험사인 ING생명 한국법인 경영권을 인수하자 국내 금융권이 술렁이고 있다. 제조업과 금융업을 아울러 큰 기업을 사고파는 진정한 사모펀드(PEF)의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회장은 대형 금융그룹을 일궜다는 점에서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에 비교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에선 아직까지 제대로 된 투자회수 실적이 없어 성공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론스타 트라우마 불식
금융위원회는 11일 정례회의에서 ING생명의 대주주 변경안을 승인했다. ING생명 주인이 ING그룹에서 MBK가 설립한 PEF로 바뀌었다. 국회와 금융권 일각에서 부정적인 의견을 제기했으나, 정부는 결격 사유가 없다는 의견을 낸 법조계 손을 들어줬다. 박정훈 금융위 보험과장은 “MBK의 펀드가 대주주 변경 승인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긋지긋한 ‘론스타 트라우마’(해외 PEF에 대한 불신)를 털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ING그룹은 매각을 추진한 지 2년 만에 1조8000억원의 매각 대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됐다.
김 회장의 인수합병(M&A) 투자 능력은 금융권의 표현대로 ‘경이로운’ 수준이라는 평가다. MBK는 올 들어 코웨이(1조2000억원), 네파(1조1200억원), 고메다(6000억원), ING생명(1조8000억원) 등 5조원어치나 사들였다. 한 국내 대형 PEF 운용사 대표는 “ING생명 인수는 김 회장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했다. 금융업종은 제조업과 달리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산업이다. 특히 보험업은 최소 10년 이상 고객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에 은행만큼 까다로운 규제를 받는다. MBK가 앞으로 은행, 증권 등 다른 업종 금융회사를 인수할 때도 대주주 논란에서 자유롭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병주 날개 다나
김 회장은 칼라일 시절부터 금융업 투자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에게 부와 명성을 가져다 준 것도 한미은행 투자건이다. 김 회장은 칼라일 재직 시절인 2000년 9월 한미은행을 인수한 뒤 2004년 2월 씨티은행에 되팔아 무려 7000억원대 차익을 거뒀다. 인수 당시 김 회장 나이는 37세. 하버드 MBA 출신에 고(故) 박태준 전 총리 막내 사위라는 ‘후광’으로 금융권 차세대 대표 주자로 부각됐다. 2005년 자신의 영문 머리글자를 딴 MBK파트너스를 설립해 독립했다.
업계에서는 MBK가 향후 다른 보험사나 증권, 은행을 추가로 인수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되파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측한다. 자체 펀드 자금뿐 아니라 ING생명이 보유한 현금을 M&A에 동원할 수도 있다. 김성삼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용·공제 사업 대표는 “정부가 승승장구하는 김 회장에게 날개를 달아줬다”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김 회장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MBK가 투자한 19개 회사 중 투자금을 회수한 회사는 3개 회사에 불과하다.
전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MBK의 투자 성과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C&M과 HK저축은행 매각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HK저축은행의 경우 MBK에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이 회사 매각이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대출 만기를 1년 단위로 연장하고 있을 정도다.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해서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MBK는 대형 투자를 결정하는 데 김 회장이 절대적인 영향을 행사한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MBK 파트너급 임직원들조차 김 회장에게 보고하는 것을 어려워하더라”고 전했다.
좌동욱/김은정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