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여 암자로 오라"
“서울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나니 문득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좋은 암자를 나 혼자 누리기에는 너무 염치가 없다는 생각, 세상 사람들과 나누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 말입니다.”

조계종 교육부장으로 일하다 전남 해남의 두륜산 대흥사 일지암(一枝庵)으로 돌아간 법인 스님(사진)이 최근 지인들에게 이런 편지를 띄웠다. 조선 후기 초의선사가 직접 차를 재배해 다산 정약용, 추사 김정희 등 당대의 지식인들과 나눴던 ‘차의 성지’ 일지암을 속세의 청년들에게 개방하겠다는 얘기였다.

법인 스님은 내년 1월5일부터 2월3일까지 한 달 동안 20대 청년 5명을 모아 ‘청년출가, 암자수행 30일’이라는 공부 모임을 열기로 했다. 5명의 청년이 일지암에서 함께 생활하며 불교 경전과 인문학 강독, 참선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자리다. 법인 스님은 조계종 교육부장 때인 작년과 올해 두 번에 걸쳐서 8박9일 일정으로 해남 미황사에서 열었던 청년출가학교의 경험과 지향점을 그대로 일지암에서 되살릴 계획이다.

법인 스님은 “자기 꿈이 뭔지 몰라 방황하는 청년들이 언제 어디서든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함께 희망의 뿌리를 내리고 새싹을 틔우고 싶다”고 말했다.

‘암자수행 30일’에선 경전과 인문학 서적 등 다양한 책을 읽고 공부하지만 초점은 몸과 생각과 습관을 새로이 하는 것에 맞춘다. 오전에는 함께 모여서, 오후에는 각자 자유롭게 공부하고 저녁에는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나눈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과 의기투합한 법인 스님의 암자수행 프로그램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는 “스님들의 개인 수행처에 머무르고 있는 산중의 많은 암자를 노동자·실직자 쉼터 등 사회를 위한 자원으로 활용하고 싶다”며 “청년뿐만 아니라 대상별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암자수행에 참가하려면 자기소개서와 함께 김수영 시인의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를 읽고 쓴 에세이 한 편을 이메일(kasup@hanmail.net)로 보내면 된다. 동참금은 30만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