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직업교육을 교육 혁신의 중심에 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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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기술인력은 산업경쟁력 근간
中企 구인난은 직업교육 부재 탓
교육개편 화두는 '직업교육'이어야"
허정석 < 울산과학대 총장 >
中企 구인난은 직업교육 부재 탓
교육개편 화두는 '직업교육'이어야"
허정석 < 울산과학대 총장 >
![[시론] 직업교육을 교육 혁신의 중심에 둬야](https://img.hankyung.com/photo/201312/AA.8139152.1.jpg)
일례로 직업학교인 특성화고 졸업자가 2000년대 초반부터 급격히 줄어 과거 25만명이던 것이 지금은 15만명 정도다. 이마저도 10만명은 전문대학과 일반대학으로 진학하고, 겨우 5만명만 현장 기술인력으로 배출되고 있다. 따라서 전문대학 입학정원이 20만명이니 이들을 대상으로 직업교육과정을 이수시켜야만 해마다 25만명을 현장 실무중심 인력으로 배출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장 기술인력은 지난 50년간 한국 산업경쟁력의 근간이었다. 그런데 교육이 고학력으로 이동하고, 전문대학의 교수진이 학위를 가진 학문 중심적 교수로 구성돼 이론교육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직업교육의 맥이 끊어져 버렸다. 대기업에는 구직자가 넘쳐나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는 것도 이에 따른 사회현상이다. 지금의 전문대학 예산 규모로는 제대로 된 실습장을 갖출 수 없는 것도 문제다. 전문대학의 교육과정이 현장 실무중심의 교육으로 특성화되지 않으면, 머지않아 현장기술 중심으로 운영되는 중소기업의 생산현장을 잃게 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독일이 세계 최고수준의 산업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은 실무역량을 중시하는 직업교육체계 덕분이다. 독일의 대학 진학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59%보다 낮은 40% 정도인 반면, 직업학교 진학률은 55%이다. 교육도 학교와 기업이 공동으로 하는 이원화 직업교육, 직업교육을 선택한 학생의 지속적 성장을 지원하는 평생교육체제, 이론보다는 실습위주 교육, 직업교육에 대한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학교와 기업 간의 긴밀하고도 정교한 협력으로 이뤄진다. 다행히 최근 교육부는 ‘국가 고용률 70% 달성과 능력중심 사회를 실현하는 전문대학 육성방안’을 발표했다. 현장 실무중심 교육을 유도하기 위한 ‘특성화 전문대학 100개교 육성사업’이 그 핵심이다. 늦은 감이 있지만 국가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사업이다.
중소기업 구인난의 또 다른 측면은 구직자들이 현장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것도 원인이다. 체계적인 직업교육으로 자신감과 자부심을 심어줘야 한다. 현장기술은 현장에서 선후배 사이에 전수되며 쉽게 표준화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국이 생산현장을 잃어버린 일부 선진국들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되며 중국 등의 기술추격에 대해서도 현장기술이 그 중심적 해법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현장기술을 아는 사람이 나중에 창업도 한다.
2018년 학령인구가 감소함에 따라 대학의 구조조정이 논의되고 있다. 학문 중심의 4년제 대학과 전문대학을 동일한 틀에 놓아서는 안 된다. 인력양성체계를 수립할 때 현장기술 인력 수요를 예측해, 이를 위한 직업교육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을 제안한다. 그러면 연구 및 학문중심의 4년제 대학 구조조정 해법도 분명해진다. 더 늦기 전에 학문과 실무 간 균형 잡힌 국가 인력양성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직업교육을 고등교육 혁신의 중심에 두자. 그러면 대한민국이 바뀐다.
허정석 < 울산과학대 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