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괭이갈매기 가족
괭이갈매기들은 해마다 4월이 되면 무리지어 집을 떠난다. 몇십㎞의 비행 끝에 무인도의 절벽 위에 둥지를 틀고 7~8월까지 번식을 한다. 굳이 외딴섬까지 가는 이유는 단 하나,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곳엔 사람도 없고 알을 훔치거나 새끼를 채가는 들짐승도 없다.

통영에서 50㎞ 이상 가야 하는 무인등대섬 홍도와 태안반도에서 약 65㎞ 떨어진 난도, 울릉도에서 87㎞ 떨어진 독도 등이 ‘허니문 보금자리’다. 홍도에는 2만 마리 이상이 몰려들어 장관을 이룬다. 이 집단번식지들은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어 일반인은 접근하기 어렵다.

이들은 섬에서 6~7개월 머물며 알을 낳고 새끼를 키운다. 한 번에 3개 정도 알을 낳는데 한 달 가까이 품으면 새끼가 알을 깨고 나온다. 태어난 지 사흘이면 어미 목소리를 알아듣고 걸음마도 시작한다.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해안마을이나 항구의 서식지로 돌아와 겨울을 나고 이듬해 또 떠난다.

괭이갈매기라는 이름은 울음소리가 고양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었다. 평생 일부일처제의 짝을 유지하고 서식지와 번식지에서 새 둥지를 틀 때에도 늘 함께한다. 학자들은 이들이 안정된 가정을 이루고 집단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회행동이 잘 발달돼 있다고 말한다. 한국과 일본, 연해주 남부에 주로 사는데 꽁지깃 끝에 검은 띠가 있어서 다른 갈매기류와 구별된다. 물고기 떼가 있는 곳에 잘 모이기 때문에 옛날부터 어부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들의 생활이 편안한 것만은 아니다. 번식철이 되면 안전한 부화장소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집단 난투극이 끝난 뒤에야 서열대로 자리를 잡고 질서를 되찾는다. 봄에 상처 입은 갈매기가 유독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때는 가장 신경이 날카로워져 울음소리가 더 커지고 행동도 과격해진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에 따라 ‘두 집 살림’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면서 ‘괭이갈매기 가족’이라는 말이 생겼다. 서식지와 번식지, 메인 하우스와 세컨드 하우스를 오가는 모습이 닮았다는 것이다. 맞벌이가구나 학령기 자녀를 둔 가족은 한 사람만 직장 따라 이동하고 나머지는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과 지방에 집을 두고 생활하는 이들의 주거 패턴이 내년 주택시장의 트렌드로 거론되는 모양이다.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남자들을 위해 남편용 ‘주거사용설명서’까지 나온다고 한다. 그나저나 괭이갈매기는 두 집을 옮겨 다니면서도 늘 붙어다니는데 참….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