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33년 만에 '매출 10조' 달성
이랜드그룹이 오랜 꿈이었던 연 매출 ‘10조원 클럽’ 진입에 성공했다. 박성수 회장이 1980년 서울 이화여대 앞에 옷가게를 열고 사업에 뛰어든 지 33년 만이다.

11일 이랜드는 “올해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매출 10조4000억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제조·직매형 의류(SPA·패스트패션) 브랜드와 중소형 유통매장을 늘리는 ‘공격 경영’에 나서면서 매출이 작년보다 9% 증가했다고 이랜드는 설명했다.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베트남, 스리랑카, 미얀마 등으로 옮기면서 원가를 절감한 덕에 영업이익이 27% 늘어났다.

해외 매출은 3조1000억원으로, 이 중 2조원이 중국에서 나올 전망이다. ‘라리오’ ‘코치넬리’ 등 패션 브랜드를 보유한 유럽부문도 영업이익이 처음 흑자를 기록했다. 그룹 덩치가 커지면서 국내외 임직원은 6만명을 넘어섰다(지난 9월 기준 6만1938명). 중국에서 절반을 넘는 3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열린 2014년 시무식에서 이 같은 실적을 공표했다. 이랜드는 다른 기업보다 한발 앞서가자는 뜻에서 12월 첫 근무일에 시무식을 한다. 이날 박 회장은 “외환위기를 넘긴 뒤 1999년 도입한 ‘지식경영’이 회사 발전의 밑바탕이 됐다”고 자평했다. 그는 “본사에서 발표만 잘하는 건 진짜가 아니다. 사무실에서 일 보는 시간을 줄이라”며 “지식경영을 강화해 내년에는 영업이익 1조원을 달성하자”고 강조했다.

이랜드의 지식경영이란 전 직원이 현장에서 취합한 시장 자료와 신사업 아이디어를 데이터베이스(DB)로 만들고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직원이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내고(1인 1프로젝트), 사업부문별로 아이디어 경연(지식 페스티벌)을 연다. 이랜드는 이런 과정을 거쳐 매년 4000건 이상의 지식을 선별하고, 이 중 5%는 기업비밀로 지정해 따로 관리하고 있다.

지식경영에는 매장 판매사원부터 고위 임원까지 예외 없이 참여한다. 최종양 이랜드월드 사장의 경우 중국법인장이던 지난해 3개월 동안 중국 22개 도시, 81개 백화점, 719개 매장을 돌며 현장 관리자 4414명과 면담한 결과를 제출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이랜드가 ‘패션 강자’로 성공한 것은 이처럼 ‘현장 지식’을 체계적으로 활용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외식사업부에서는 음식의 진열 각도, 피자에 올라가는 토핑 개수, 청소시간을 반으로 줄이는 법 같은 자료까지 올라온다. 패션사업부는 소비자 집을 방문해 옷장이나 신발장을 열어보고, 그 결과를 수치화해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해외 인수합병(M&A)과 호텔, 레저, 공연 등으로 거침없이 영역을 넓히는 이랜드에 대해 우려 섞인 시선도 적지 않다. 지주회사격인 이랜드월드(패션)의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올해 6월 기준 4조3552억원이다. 부채비율도 390.4%에 달한다. 그러나 박 회장은 “해외사업부와 M&A한 기업이 생각보다 이른 시간 안에 정상화되고 있다”며 “내년에 중대형 유통 점포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