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훈 노바트로닉쓰 회장 "70대에도 블루티에서 티샷 날리죠"
“70대 중반의 나이에 화이트티나 시니어티로 내려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저는 티샷은 꼭 블루티에서 칩니다. 공을 하늘로 날려보내는 느낌이야말로 골프의 참맛입니다. 지금도 드라이버로 공을 240야드는 족히 보낼 수 있는 건 꾸준한 체력관리와 탐구정신 덕분이죠.”

구력 40년인 이봉훈 노바트로닉쓰 회장(75·사진)은 골프에서만큼은 ‘영원한 현역’이다. 웬만한 아마추어 골퍼는 서지 않는 블루티가 그의 무대다. 1990년대 서울이동통신 회장을 지내며 삐삐(무선호출기) 시대를 주도했던 이 회장을 11일 서울 역삼동에 있는 노바트로닉쓰 사무실에서 만났다.

“오래전 한성CC에 갔을 때 식당 벽에 걸려 있던 ‘백구일격웅비(白球一擊雄飛)’라는 문구에 매료됐습니다. 드라이버 샷이 제대로 맞았을 때 느낌을 즐기는 게 골프죠. 지금도 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체력적으로뿐만 아니라 기술적인 부분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1주일에 세 번은 헬스클럽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집중적으로 합니다. 골프잡지를 사서 제이슨 데이, 애덤 스콧 등 장타자들이 어떻게 치고 있는지를 꼼꼼이 분석하고 공부하죠.”

이 회장이 골프채를 처음 잡은 것은 1965년 현대건설 무역부문(이후 현대양행으로 독립)에서 일할 때였다. 이 회장은 “당시 현대건설 사장이었던 고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을 모셨는데 그분이 실내골프장에 함께 가자고 하더라”며 “거기서 정 회장의 권유로 난생 처음 골프채를 만져봤다”고 회상했다. 이후 미국 주재원으로 일하던 1973년 미국인에게 본격적으로 골프를 배웠다고 한다.

그는 현대양행에서 자동차 에어컨, 엔진 라디에이터, 스타트모터 등을 개발하는 기술제휴 합작투자의 책임자로 일하면서 신기술에 눈을 떴다. 이후 회사를 나와 두일전자통신을 세웠고 1992년엔 무선호출기 사업체인 서울이동통신을 설립해 당시 통신시장을 주도했다.

이 회장은 “1997년 무선호출기 사업이 정점에 이르렀을 땐 직원 900여명이 넘을 정도였다”면서도 “개인휴대통신(PCS)이 등장하자 순식간에 가입자가 줄었고 외환위기를 맞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했다. 이후 지분 정리 작업을 거쳐 2004년 서울이동통신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골프 칠 땐 기업을 경영할 때처럼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어제 드라이버로 230야드를 쳤으니 오늘 250야드를 치려고 하면 백발백중 OB(아웃오브바운즈)가 나옵니다. 공 앞에서는 성실하고 겸손해야 합니다. 경영을 할 때도 교만하면 리스크가 생기고 어디선가 사고가 터지게 마련이죠.”

이 회장의 핸디캡은 10이며 베스트스코어는 78타다. 홀인원은 못해봤지만 장타를 십분 활용해 이글은 10여회 기록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이글을 묻는 질문에 이 회장은 “60대 중반에 은화삼CC 16번홀(파4)에서 드라이버로 270야드 이상 날렸다”며 “블루티에서 쳤는데 해저드를 넘겨 1온에 성공해 이글을 잡아냈다”며 웃었다.

이 회장은 한국의 ‘끼리끼리’ 골프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한국에선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골프를 치는 반면 미국에선 누구나 골프장에 오면 함께 골프를 친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거리낌 없이 한데 모여 칠 수 있는 골프 문화가 보편화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