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들 "조금만 더 하면 대기업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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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미루는 대학생 10만명
모라토리엄족의 항변 "어학연수 등 스펙 쌓으려면 대학 5~6년은 훌쩍 넘어가"
모라토리엄족의 항변 "어학연수 등 스펙 쌓으려면 대학 5~6년은 훌쩍 넘어가"
“인턴을 뽑을 때 졸업생도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학교를 떠나면 인턴도 못하고, 자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길도 막히거든요.”
11일 오후 3시께 연세대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로비에서 만난 이모씨(27·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수료)는 모라토리엄족을 향한 따가운 시선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09학번으로 편입한 이씨는 졸업을 한 학기 미루고 추가학기를 다니는 중이다. 이씨는 올 하반기 공채 시즌에 대기업 연구개발 직종으로 10여군데 기업에 지원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씨는 “기업들이 공식적으로는 졸업생에 대한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막상 졸업생이 면접에 가면 ‘졸업하고 뭐 했느냐’, ‘다른 회사 다니다 온 게 아니냐’는 공격적인 질문이 들어온다”며 “면접에서 불이익을 당할 게 두려워 졸업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두 학기를 추가학기로 채우고 올 3월부터는 수료생 신분으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박모씨(28·성균관대 경제학과 수료)는 삼성그룹 계열사 공채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동아리방을 찾았다. 삼성화재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박씨는 금융업 관련 경력이 없었던 것이 탈락의 이유라고 생각해 동아리방에서 보험사 인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재무설계사 자격증 취득 과정을 알아봤다. 박씨는 “최종면접까지 가고 나니 조금만 더 하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회봉사 등 스펙을 쌓으려면 대학 5~6년은 훌쩍 넘어간다”고 말했다.
모라토리엄족은 졸업을 미루는 데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다고 말한다. 이날 오후 2시 무렵 신촌의 한 토익학원에서 만난 이모씨(27·명지대 아랍어과 수료)는 “학교에 적을 두고 싶지 않지만 취업하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면 ‘백수’로 보일까봐 추가학기를 다니고 있다”며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졸업을 맞는 친구들 중 절반가량이 졸업을 미루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희대 산업공학과에 다니는 박모씨(26)는 기말고사 기간인 요즘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지원한 대기업과 공기업 20여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교수들께도 이미 사정을 얘기했고 F학점을 받아 졸업을 한 학기 더 미룰 생각”이라며 “요즘은 기업들이 수료 여부까지 확인한다고 해 아예 학점을 채우지 않는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은 “대기업과 공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면 그동안 투자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청년들을 대학에 머물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11일 오후 3시께 연세대 신촌캠퍼스 중앙도서관 로비에서 만난 이모씨(27·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수료)는 모라토리엄족을 향한 따가운 시선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09학번으로 편입한 이씨는 졸업을 한 학기 미루고 추가학기를 다니는 중이다. 이씨는 올 하반기 공채 시즌에 대기업 연구개발 직종으로 10여군데 기업에 지원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이씨는 “기업들이 공식적으로는 졸업생에 대한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하지만 막상 졸업생이 면접에 가면 ‘졸업하고 뭐 했느냐’, ‘다른 회사 다니다 온 게 아니냐’는 공격적인 질문이 들어온다”며 “면접에서 불이익을 당할 게 두려워 졸업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두 학기를 추가학기로 채우고 올 3월부터는 수료생 신분으로 취업준비를 하고 있는 박모씨(28·성균관대 경제학과 수료)는 삼성그룹 계열사 공채 발표 다음날인 지난달 28일 동아리방을 찾았다. 삼성화재 최종면접에서 떨어진 박씨는 금융업 관련 경력이 없었던 것이 탈락의 이유라고 생각해 동아리방에서 보험사 인턴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고 재무설계사 자격증 취득 과정을 알아봤다. 박씨는 “최종면접까지 가고 나니 조금만 더 하면 원하는 곳에 취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회봉사 등 스펙을 쌓으려면 대학 5~6년은 훌쩍 넘어간다”고 말했다.
모라토리엄족은 졸업을 미루는 데 심리적 요인도 작용한다고 말한다. 이날 오후 2시 무렵 신촌의 한 토익학원에서 만난 이모씨(27·명지대 아랍어과 수료)는 “학교에 적을 두고 싶지 않지만 취업하지 않고 학교를 졸업하면 ‘백수’로 보일까봐 추가학기를 다니고 있다”며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졸업을 맞는 친구들 중 절반가량이 졸업을 미루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희대 산업공학과에 다니는 박모씨(26)는 기말고사 기간인 요즘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있다. 지원한 대기업과 공기업 20여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교수들께도 이미 사정을 얘기했고 F학점을 받아 졸업을 한 학기 더 미룰 생각”이라며 “요즘은 기업들이 수료 여부까지 확인한다고 해 아예 학점을 채우지 않는 방법을 쓴다”고 말했다.
김민수 청년유니온 기획팀장은 “대기업과 공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지 못하면 그동안 투자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청년들을 대학에 머물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