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하듯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내가 가진 것을 포기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 2년 정도 다닌 LG전자를 뒤로하고 창업을 계획했던 것은 무슨 일을 할 때 내 맘대로 했으면 하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됐다. 나의 미래를 내가 좋아하는 일과 열정으로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에 기존의 안정적인 틀을 과감히 포기할 수 있었다.

디즈니보다 더 좋은 작품을 만들면 디즈니같이 될 줄 알았지만 그것은 나의 큰 착각이었다. 결정적으로 우리는 디즈니가 아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창업하면 성공할 거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현실은 매우 춥고 배고팠다. 하지만 또 한편 생각해보면 디즈니가 가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히스토리(콘텐츠 비즈니스 영역)를 알고 비즈니스를 진행했다면, 과연 나는 용기를 내서 도전할 수 있었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많이 알면 좋아하는 일을 못하게 될 수 있다.

나는 많은 면접 인터뷰를 진행해 봤다. 집중하는 부분은 이 사람이 ‘원목(스펙)’이 좋은 사람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이 사람이 정말로 자신이 지원한 분야를 지속 가능한 ‘업’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본다. 지속 가능한 분야를 대하는 자세가 솔직하고 진실하다면 훌륭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스펙보다는 열정과 잠재력으로 그 분야에서 롱런할 수 있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 발전 속도가 더 빠르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기능적인 지원보다는 꿈과 열정을 응원하고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한국의 수동적인 교육 환경에서 자라온 우리 중 본인이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모두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이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 진정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도전하는 잠재적 인재들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집중적인 멘토링을 통해 취업으로 연결해 주는 ‘스펙초월 멘토스쿨’ 제도가 그중 하나다. 이 사업은 젊은 친구들의 꿈을 조금 더 체계화된 멘토 시스템을 통해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함으로써 그 꿈이 이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도록 서포트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시대 젊은 친구들이 자신이 원하는 꿈을 꾸고 열정적으로 도전한다면, 대한민국은 세계를 선도해 나갈 창조적인 인재들로 가득할 것이라 확신한다.

김일호 < 오콘 대표이사·뽀로로 제작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