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젤 차량 판매가 급증하면서 ‘디젤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수입차끼리 맞부딪혔던 디젤차 시장에 국산차까지 뛰어들면서 날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8월 아반떼 디젤을 선보였다. 이 차량은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동안에만 3396대가 팔려 나갔다. 올 1~11월 2216대가 판매된 폭스바겐 골프 1.6 TDI보다 많다. 여기에 기아자동차가 지난 5일 K3 디젤을 출시해 경쟁 모델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기아차는 K3 디젤을 연간 7000대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에 카앤조이가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는 디젤 준중형차 3종을 비교했다.
재미있지만 실속 없는 골프
‘해치백의 교과서’로 불리는 폭스바겐 골프는 뛰어난 연비와 날카로운 핸들링, 탄탄한 주행성능이 강점으로 꼽힌다. 골프는 3개 차종 중 연비가 18.9㎞/L로 가장 우수했다. 가격은 국산차보다 500만~800만원가량 높다. 1년에 2만㎞를 주행한다고 가정하고 5년간 총 보유비용을 계산했을 때 경제성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류비가 다른 차종보다 저렴했지만 초기 구입비용을 상쇄하기엔 부족했다.
다른 모델들이 6단 변속기인 반면 골프는 7단으로 세분화된 DSG 변속기를 장착했다. 변속이 빠르고 부드럽다. 변속 충격도 덜하다. 최고출력은 105마력, 최대토크는 25.5㎏·m다. 초기 반응이 민감해 가속이 빠르다. 곡선도로에서도 민첩하고 제동 성능이 좋아 운전하는 재미가 있다. 서스펜션(충격흡수장치)이 저속으로 달릴 때는 부드럽다가 고속으로 달릴 때는 단단하고 팽팽하게 버텨준다.
운전의 재미를 택하려면 실속은 포기해야 한다. 차체 크기가 작아 실용성이 떨어진다. 7세대 골프는 길이 4255㎜, 너비 1799㎜, 높이 1452㎜로 비교 차종 중 가장 넓지만 길이가 짧다. 트렁크 적재공간도 넉넉하지 않다. 직물 시트와 내비게이션 등 편의사양이 부족하다는 것도 단점이다. 경제적이고 성능도 좋은 K3
기아차 K3는 가격과 편의사양 등 경제성 면에서 가장 우수했다. K3 디젤 최고급 트림인 노블레스는 골프 1.6 TDI보다 800만원가량 싸다. 최하 트림인 K3 디젤 럭셔리(1626만원)도 있어 선택의 폭이 상대적으로 넓다. 최첨단 편의사양은 K3의 최대 장점이다. 버튼시동 스마트키, 크루즈 컨트롤, 고급형 클러스터, 듀얼풀오토에어컨, 주간 주행등(LED DRL), 경사로 밀림방지 등을 갖추고 있다. 골프에서는 볼 수 없는 기능들이다. 성능도 폭스바겐 골프에 밀리지 않는다. K3 디젤은 1.6 VGT 디젤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 128마력, 최대토크 28.5㎏·m를 발휘한다. 제원상으로는 폭스바겐 골프 1.6 TDI보다 앞선다. 소음과 진동 부문도 좋아졌다. 디젤 특유의 소음이 많이 줄었고 덜덜거리는 현상도 거의 느낄 수 없다. 그러나 이 때문에 개성이 없어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는 게 단점이다.
연비는 16.2㎞/L로 골프보다 2㎞/L가량 낮다. 경유 1L당 1700원, 연간 주행거리 2만㎞로 가정했을 경우 5년 유류비는 K3 디젤이 1049만원, 골프 디젤은 899만원이다. 그러나 차량 구매가격과 5년 뒤 중고차 잔존가치 등을 고려해 계산한 결과 5년간 K3 디젤과 폭스바겐 골프를 보유할 경우 총 보유비용은 각각 2202만원, 2474만원으로 나타났다. K3 디젤이 270만원가량 경제적이었다. 수입차 보험료나 사고 수리비 등이 국산차 대비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입차보다는 경제성이 높다.
튼튼하지만 투박한 G2 크루즈
한국GM의 쉐보레 G2 크루즈는 튼튼한 차체와 안전성이 강점이다. 비교 차종 가운데 유일하게 2L 디젤 엔진을 달아 최고출력 163마력, 최대토크 36.7㎏·m의 성능을 낸다. 주행성능이나 실내공간 등은 일반 준중형 세단 소비자가 타기에 부족한 점이 없다. 하지만 차체가 무겁고 커 연비는 다소 떨어진다. 복합연비가 13.8㎞/L다. 차량 가격은 골프보다 저렴하지만 연비가 낮아 5년간 총 보유비용이 골프와 비슷했다. 연간 주행거리가 길다면 골프가 오히려 경제적이다.
말리부와 알페온 등에 적용된 차세대 젠2(GEN Ⅱ) 6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변속성능이 훨씬 좋아졌다.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는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린다. 겉모습과 인테리어가 기존 크루즈와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는 점은 아쉽다. 쉐보레 마크가 달린 라디에이터 그릴과 날카롭게 뻗은 헤드램프 등은 차체를 크게 보이게 하는 효과를 낸다. 그러나 육중하고 둔하게 보이게 하는 단점도 있다. 내부 디자인은 깔끔하다. 한국GM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마이링크’가 추가돼 7인치 터치스크린이 장착됐다. 스마트폰의 블루투스 기능을 이용해 내비게이션을 사용하거나 통화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