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세계 1위 3위 추락이후…주주 간섭 안받고 공격투자
장기적 안목서 M&A 행보…구글·MS·드롭박스 제휴…클라우드 서비스 등 박차
“델은 다시 비상장회사가 됐습니다.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이,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대담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죠.”
세계 3위 PC 제조업체인 델이 정보기술(IT) 솔루션 분야에서도 성공 신화를 써내려갈 수 있을까. 12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업 콘퍼런스 ‘델 월드 2013’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마이클 델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사진)는 “델은 (상장폐지 이후) 새로 태어났다(reborn)”며 “혁신적이고 공격적인 투자도 서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강화·벤처 본격 투자
이번 행사는 델이 개인회사로 전환된 뒤 처음 갖는 공식 행사다. 델 CEO는 상장폐지 계획을 발표한 지 약 8개월 만인 지난 10월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함께 델을 인수해 25년 만에 비상장 기업으로 돌려놨다. 한때 세계 1위 PC 제조사였지만 3위로 내려앉은 데다, PC시장이 쪼그라들고 있어 주주의 간섭을 받지 않는 상장폐지만이 ‘살 길’이라고 내다봤던 것.
이날 델은 클라우드 생태계 구축을 포함해 벤처펀드 조성, IT서비스 강화 등 PC 제조업에서 탈피해 IT 솔루션 회사의 입지를 굳히는 다양한 차기 전략을 내놨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드롭박스 센추리링크 등 IT업계 강자들과 강력한 연합체를 결성해 델 고객사를 상대로 본격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레드햇과는 오픈소스 클라우드 플랫폼인 오픈스택을 기반으로 한 사설 클라우드를 함께 구축하기로 했다.
3억달러(약 3150억원) 규모의 벤처 펀드 조성 계획도 발표했다. 초기 단계에서 성장 단계에 이르는 벤처기업 가운데 클라우드와 보안, 빅데이터와 차세대 데이터센터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발굴해 평균 300만~500만달러(약 32억~53억원)의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것이다. 벤처회사를 직접 육성해 델 인프라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델 CEO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 동력을 얻고 있으며 앞으로도 기조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해 공격적인 M&A 행보도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PC 제조사로서의 노하우를 살려 태블릿PC와 노트북 사업은 지속한다.
○엘론 머스크 초청
델 CEO는 이날 특히 델의 ‘스타트업’ 정신을 강조했다. 그는 약 30년 전 텍사스주립대에 다니던 시절 1000달러를 들여 회사를 세운 유명한 창업 스토리를 다시 꺼내며 “첫 8년간 80%씩 성장해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됐다”며 “다시 한 번 시작하는 심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민간 우주항공사 ‘스페이스X’를 세우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IT 기업인 엘론 머스크를 공동 기조연설자로 초청해 혁신과 기업가정신에 대해 논하기도 했다. ‘불타는 플랫폼’인 PC제조업계에서 뛰어내려 기업용 IT솔루션 공급업체로서의 새 DNA를 갖췄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델이 본격적으로 뛰어들고자 하는 시장에는 전 세계 x86 서버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는 HP, 스토리지 시장 선두인 EMC, IT서비스 전문기업으로서의 전환을 완료한 IBM 등 경쟁자가 버티고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델이 발표한 전략이 (위기 상황을 탈피하는 데) 충분한지 확신할 수 없다”며 “향후 1~2년간은 델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기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