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이게 너랑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구나. 하지만 네가 입은 그 스웨터가 단순한 파란색이 아니란 걸 너는 모르고 있지. 그건 정확히 ‘세룰리안블루(cerulean blue)’라는 거야. 그 파란색은 수많은 재화와 일자리를 만들어냈어. 좀 웃기지 않니? 패션계와는 상관없다는 네가 수많은 패션업계 종사자들이 고른 색깔의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 게.”

패션지에서 일하면서도 패션에 관심이 없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앤디에게 미란다가 따끔하게 던진 일침이다. 명품·패션계를 대표하는 미란다의 자긍심이 드러나는 장면으로, 원작인 책에는 없다. 앤디는 이 말을 들은 뒤 겉치레일 뿐이라 여겼던 명품과 패션시장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컨설팅업체 베인&컴퍼니가 지난달 발표한 ‘2013 전 세계 명품시장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명품시장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 성장한 2170억유로(약 313조원)에 이른다.

최대 명품시장은 미국이다. 판매액은 625억유로(약 90조1500억원)에 달하고 올해 성장률은 4%대로 예상된다. 이어 △일본 172억유로 △이탈리아 161억유로 △중국 153억유로 순이다.

눈에 띄는 점은 명품시장에서 큰손으로 떠오른 중국이다. 중국 소비자들은 최근 몇 년간 명품시장 규모를 25~30% 이상 늘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이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로스앤젤레스에서 중국 관광객들이 명품을 쓸어담는 장면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의 명품 판매액은 83억유로(약 12조원)로 명품 소비국 세계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