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후쿠시마의 교훈
지난주 두 건의 언론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수산물을 시식하는 사진과 같은 날 국회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제2차 에너지 기본계획안을 의원들에게 보고했다는 기사다. 둘 다 원자력발전과 관계된 사안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로 수산물 시장이 타격을 받자 대통령까지 나섰다. 동시에 한국에 원자력 발전소를 2035년까지 최대 18기 더 짓겠다는 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중이다. 한쪽에선 원전 사고로 난리인데 다른 한쪽에선 원전을 더 짓는다고 하니 국민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15년 전부터 필자는 원전 신규 건설을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주민 의사가 배제된 채 추진된 신고리 원전에 대해선 동료 의원들과 함께 백지화 운동을 하기도 했다. 신고리 원전은 울산시장도 모르는 상태에서 울주군수가 주민 수십명의 서명만으로 추진한 것이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원전에 대한 의구심이 더 생겼다. 원전을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보아 발전원가가 싸다는 경제적인 측면과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다는 환경적 측면이다. 하지만 사고가 날 경우 엄청난 재앙이 닥치고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사용후핵연료와 관련 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원전이 그리 경제적인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많다.

중요한 것은 원전 건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여전히 후진국 수준이라는 점이다. 장갑이나 옷 같은 중·저준위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는 문제는 주민투표로 결정하도록 해놓고도 정작 ‘살아 있는 불’인 원전 건설은 국가사업이라는 이유로 주민투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들은 1980년대부터 사용후핵연료의 관리 계획이 있어야만 신규 원전을 허가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지만 한국은 일단 허가하고 관리부담금을 내게 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원전 수명은 40~60년인데 사용후핵연료가 무해하게 되기까지는 수십만년이 걸린다고 한다. 사용후핵연료를 지하 1000m 암반층에 묻어놓는다지만 지진이라도 나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질학 교과서를 다시 써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는데 우리만 지진 안전대에 있다고 안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앞으로 과학이 발전하면 더 좋은 폐기물 처리 방법이 나오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원전부터 짓고 보자고 한다면 그것은 미래 세대에 위험을 전가하는 무책임한 일이다. 원전 이후를 생각하고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

정몽준 < 국회의원·새누리당 mjchung@na.g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