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조선社 여신 분류 놓고 '2라운드'
자율협약 중인 조선사의 여신건전성 분류 기준을 두고 은행권과 금융감독원이 또다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의 채권단에 연말까지 출자전환이 완료돼야 해당 여신을 부실채권(고정 이하) 분류에서 뺄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렇게 되면 연내 성동·STX·대선·SPP조선 등에 대해 출자전환을 결의하고 결산회계가 확정되는 내년 3월 말까지 출자전환을 실시해 부실채권 분류를 피하려던 은행들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다.

금감원과 은행권은 지난 7월에도 이 문제로 한 차례 힘겨루기를 벌였다. 당시 금감원은 조선사들에 대한 여신이 ‘채무재조정 채권’이라며 ‘고정’ 이하(부실채권)로 분류하도록 지도했다가 은행들이 ‘그러면 자율협약을 진행할 수 없다’고 반발하자 일단 6월 말 기준 여신은 자율적으로 분류하도록 한발 물러섰다.

이슈가 재차 불거지는 이유는 결산일이 다가와서다. 당초 금감원은 출자전환을 통해 재무구조가 현격히 개선되면 ‘고정’에서 ‘요주의’로 등급을 올릴 수 있다고 했다. 채권단이 성동조선에 1조6228억원, 대선조선에 1900억원 등 대규모 출자전환을 준비 중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하지만 금감원이 ‘연내 출자전환을 완료해야 등급을 올릴 수 있다’고 통지하면서 은행들의 구상은 틀어지게 됐다. 관련 여신이 ‘고정’으로 분류되면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1%대에서 3%대로 훌쩍 뛰어오른다. 충당금을 대폭 늘려야 하는 산업은행의 경우 적자 폭이 1조원을 넘을 가능성도 있다. 농협은행도 순이익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