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50곳 이상 2014년 파산위험 직면"
“내년엔 파산 위험에 처하는 기업이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정영환 알릭스파트너스 한국대표(사진)는 16일 이같이 경고했다. 알릭스파트너스는 1981년 설립된 글로벌 인수합병(M&A) 및 기업구조조정 자문사다. 지난해 7월 서울사무소를 개설한 이 회사는 1500여 국내 상장회사 가운데 10%인 150곳이 내년 상반기 중 파산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정 대표는 “자체 개발한 기업 부실화 지표로 위험을 진단한 결과 내년 상황을 결코 낙관할 수 없다”며 “지금까지는 부실화 가능성이 큰 분야가 조선·해운업과 금융산업 분야였다면 내년에는 항공업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항공 산업은 6~7년 주기의 경기사이클이 망가졌고 불황은 깊어지고 있다”며 “아시아 전체적으로 항공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본이 구조조정을 거친 것처럼 한국도 비슷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 대표는 최근 2~3년 사이 웅진과 STX, 동양 등 중견 대기업들의 연이어 위기를 맞은 것과 관련, “조기 경보시스템을 도입해 선제적으로 대응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07년 STX가 중국 다롄에 2조원가량을 투입할 당시 여러 차례 경고를 보냈었다”며 “만약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면 부실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웅진홀딩스, STX팬오션, STX조선 등의 신용등급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및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 직전까지도 A등급이었을 만큼 기업의 위기를 진단하는 데 문제가 많다”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또 “최근 위기에 놓인 기업들을 보면 유동성 확보에 급급해 알짜 매물을 헐값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기업 부실은 조기에 발견하면 회생할 수 있지만 늦어지면 생존 확률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최근 구조조정 컨설팅회사들이 잇달아 한국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서는 “한국이 다른 국가보다 심각한 위기라기보다 기업회생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컨설팅 시장이 성숙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는 “내년 3월 상장사 전체를 분석한 기업 부실화 지표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