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우크라이나와 협상 중단"…코너 몰린 야누코비치
“유럽연합(EU)과의 경제협력 협상에 대한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말과 행동 사이에 점점 괴리감이 커지고 있다. 그의 주장엔 현실적 근거가 없다. 협상은 멈췄고, 해답은 없었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정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롯한 경협 관련 협상을 진행해 온 슈테판 퓔레 EU집행위원회 위원이 15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StefanFuleEU)에 올린 글이다. EU가 우크라이나 정부에 최후통첩을 보낸 것이나 다름없다. 반정부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퓔레의 발언에 대해 “EU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인내심을 잃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치평론가 타라스 쿠지오는 FT와의 인터뷰에서 “EU는 야누코비치가 외교 정책에서 얻으려 하는 것은 친EU도 친러시아도 아닌 오로지 사리사욕뿐이란 걸 깨달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반정부 시위대는 EU가 자국 정부와 협상을 중단할 것이란 소식에 또다시 수도 키예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키예프 중심가 독립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약 30만명에 달했다. 친정부 시위대도 나왔지만 반정부 측 규모의 약 10%에 불과했다고 FT는 전했다. 반정부 시위대는 지난달 21일 우크라이나 정부가 EU와의 경협 협상을 돌연 철회한 뒤부터 25일째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사퇴와 정부 해산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는 자국 정부가 러시아 대신 EU와 경협 관계를 강화하길 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경제성장률이 -14.8%로 폭락한 뒤 현재까지도 성장률이 1%에 못 미친다. 국가 신용등급도 이미 세계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모두 투자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이런 와중에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새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은 지난 11일 “우크라이나가 반정부 시위대를 계속 무력진압한다면 제재를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은 시위대를 향한 연설에서 “우크라이나는 유럽을, 유럽은 우크라이나를 더욱 훌륭하게 만들어줄 것”이라며 “미국은 언제나 여러분 옆에 있다”고 힘을 실어줬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