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대통령 후보로 나선 중도좌파 미첼 바첼레트가 15일(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산티아고AP연합뉴스
칠레 대통령 후보로 나선 중도좌파 미첼 바첼레트가 15일(현지시간) 치러진 선거에서 당선이 확정되자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산티아고AP연합뉴스
‘칠레의 무티(엄마)가 돌아왔다.’

15일(현지시간) 칠레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좌파 여성 후보 미첼 바첼레트(62)가 당선됐다. 2006~2010년 한 차례 대통령을 역임했던 바첼레트가 보수우파에 정권을 내준 지 4년 만에 재집권하면서 칠레에 개혁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바첼레트는 이날 결선투표에서 62%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해 보수우파 여성 후보인 에벨린 마테이(60)를 가볍게 따돌렸다.

바첼레트는 개혁과 변화의 아이콘으로 숱한 화제와 기록을 만들어낸 인물이다. 의사이자 아동·공공보건 분야 전문가로 리카르도 라고스 전 대통령 정부의 보건장관을 거쳐 2002년 국방장관을 지냈다. 남미에서 여성이 국방장관이 된 건 바첼레트가 최초다.

국방장관 재임 시절 집중호우로 홍수 피해가 발생했을 때 바첼레트가 탱크 위에 올라가 이재민 구호작업을 했던 장면은 아직도 칠레 국민 사이에 잊혀지지 않는 장면으로 꼽힌다.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2006년 1월 대통령에 당선된 바첼레트는 각료 20명을 남성 10명, 여성 10명 등 ‘남녀 동수 내각’으로 출범시켜 화제가 됐다. 당시 여성이 직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칠레를 포함해 남미에서 처음이었다. 바첼레트는 집권 당시 아우구스토 피노체트 군사독재정권(1973~1990년)의 인권탄압 행위를 은폐해온 군 고위인사를 해임하고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을 추진했다.

바첼레트 역시 피노체트 군사정권의 피해자였다. 당시 공군 장군이었던 바첼레트의 부친 알베르토 바첼레트는 아옌데 전 대통령의 편에 섰다가 체포돼 옥사했다. 바첼레트도 당국에 체포돼 고문을 받은 뒤 외국에서 망명생활을 했다.

바첼레트의 집권 기간은 민주주의 발전과 안정적 경제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통정책 실패와 실업 문제 등으로 한때 지지율이 추락했으나 글로벌 경제위기에 적절히 대응해 이미지를 만회했다. 2010년 퇴임 당시 지지율은 80%를 훨씬 넘었다. 내년 3월 출범할 바첼레트 정부는 교육과 조세 개혁은 물론 개헌에 나설 전망이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