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신세 IT株, 2014년 백조 변신 기대
올 하반기 유독 부진했던 정보기술(IT)주들이 기관 매수에 힘입어 반등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IT 업황이 내년에도 크게 좋아지기는 힘들겠지만 주요 업체들의 실적이 최악의 국면을 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운 오리’ 취급을 받던 LG 계열사들이 재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기관, LG 그룹주 ‘러브콜’

하반기 들어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던 LG전자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의 주가가 지난달 중순을 기점으로 나란히 반등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16일 2만4650원으로 100원(0.41%) 상승하는 등 이달 들어서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고, LG이노텍은 지난달 7만50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8만원 선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LG전자는 6만6000~6만8000원 사이에서 바닥을 다지는 모습이다.

기관 매수세가 이들 세 종목의 주가 반등을 견인하고 있다. 이달 들어 기관은 LG전자를 652억원어치 담았고, LG디스플레이도 46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위원은 “LG전자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내년에는 증가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기관 매수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주가가 워낙 부진했던데다 추가적인 점유율 확대가 쉽지 않은 삼성전자와 달리 LG전자의 내년 전망이 개선되면서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에 대한 투자심리도 회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성률 동부증권 기업분석팀장은 “LG디스플레이의 내년 영업이익은 전체적으로 18% 정도 줄어들 전망이지만 분기별로는 꾸준히 개선되면서 주가가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LG이노텍은 발광다이오드(LED) 부문의 개선 여부가 주가 반등의 연속성을 뒷받침할 변수로 꼽힌다.

◆삼성 계열사 “2분기 이후 주목”

삼성그룹 IT 계열사들의 주가는 상대적으로 부진하다. 대표 부품업체인 삼성전기는 내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로 지난달 말 반짝 상승했지만 4분기 부진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다시 원위치했다. 이날 종가는 전날보다 400원(0.54%) 내린 7만4000원. 이달 들어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루도 빠짐없이 뒷걸음질쳤다.

하지만 4분기 실적 우려가 반영되고, 삼성전자의 ‘갤럭시5’가 공개되는 내년 1분기 이후엔 주가 반등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신제품인 파워 인덕터의 매출이 2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올 4분기를 저점으로 내년에는 실적 개선을 기대할 만하다”고 진단했다.

삼성SDI는 2차전지에 대한 기대가 크지만 단기 급등한 주가가 부담이다. 지난 4월 12만2500원을 바닥으로 6개월 만에 장중 20만원 선까지 오른 뒤 연일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삼성SDI의 영업이익이 내년 1분기까지는 정체됐다 2~3분기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