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국민연금에 기대는 운용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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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휘 증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지난달 말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1조4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미국 휴스턴-후마 파이프라인에 투자하기로 했다는 설(說)이 나왔을 때의 일이다. 정작 돈을 내놓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선 펀드출자 여부에 “한국 컨소시엄(한국투자운용)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 그때 가서 결정할 일”이라고 답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이런 현상은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자주 생긴다. 해외에 나가 오피스빌딩, 사회간접자본(SOC), 자원 등 대체투자 입찰에 뛰어들 때 한국의 국민연금 명함을 내민다고 한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한국 운용사들끼리 경쟁하면서 서로 국민연금이 돈을 대주기로 했다고 입찰 제안서를 내자 매각자 측에서 어떻게 된 거냐고 거꾸로 물어보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국내 운용사 간 과열 경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해외 신뢰도가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해외 투자에 관한 한 외국의 전문운용사들을 선호해왔다. 노하우를 갖고 현지 사정에 정통한 이들에게 돈을 맡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의 첫 번째 셰일가스 파이프라인 투자에도 2009년 미국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KKR과 함께 참여했다.
이런 협력은 수익성에선 기관들한테 유리했지만 국내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공공성을 기준으로 보면 논란을 낳았다. 국내 운용사들은 해외 진출을 위한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홍완선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은 최근 금융투자협회 행사에서 “해외에 투자할 때 국내 운용사와 함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운용사들이 스스로 역량을 갖추려는 노력은 외면한 채 국민연금 명함만 팔고 다닌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기관투자가는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처럼만 움직인다면 우리가 왜 투자를 안 하겠느냐”고 아쉬워했다. 이 회장은 금융위기가 일어난 직후인 2009년 미국의 석유개발전문기업 스터링에너지를 인수해 이를 발판으로 셰일가스 등 자원투자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박동휘 증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 김칫국부터 마시는 이런 현상은 국내 자산운용업계에 자주 생긴다. 해외에 나가 오피스빌딩, 사회간접자본(SOC), 자원 등 대체투자 입찰에 뛰어들 때 한국의 국민연금 명함을 내민다고 한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한국 운용사들끼리 경쟁하면서 서로 국민연금이 돈을 대주기로 했다고 입찰 제안서를 내자 매각자 측에서 어떻게 된 거냐고 거꾸로 물어보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국내 운용사 간 과열 경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해외 신뢰도가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은 해외 투자에 관한 한 외국의 전문운용사들을 선호해왔다. 노하우를 갖고 현지 사정에 정통한 이들에게 돈을 맡겨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연금의 첫 번째 셰일가스 파이프라인 투자에도 2009년 미국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KKR과 함께 참여했다.
이런 협력은 수익성에선 기관들한테 유리했지만 국내 자본시장 육성이라는 공공성을 기준으로 보면 논란을 낳았다. 국내 운용사들은 해외 진출을 위한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홍완선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은 최근 금융투자협회 행사에서 “해외에 투자할 때 국내 운용사와 함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운용사들이 스스로 역량을 갖추려는 노력은 외면한 채 국민연금 명함만 팔고 다닌다는 지적도 있다. 한 기관투자가는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처럼만 움직인다면 우리가 왜 투자를 안 하겠느냐”고 아쉬워했다. 이 회장은 금융위기가 일어난 직후인 2009년 미국의 석유개발전문기업 스터링에너지를 인수해 이를 발판으로 셰일가스 등 자원투자에서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박동휘 증권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