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놀랍고 황당할 따름이다. 지난 일요일 노무현재단 송년행사에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올해 가장 기억되는 것은 북에선 장성택 숙청·사형, 남쪽에선 이석기 관련 내란음모 사건인데 그게 같은 사건”이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같은 날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은 원격의료, 영리병원 도입 반대집회에서 “의료제도와 의사들이 피를 흘리고 있다”며 자신의 목에 칼을 대 자해소동을 벌였다. 전직 장관과 지성의 상징인 현직 의사의 언행이라곤 믿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은 정치적 논란을 유발하거나, 사회의 이목을 끌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극단적인 언행을 통해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동조세력을 규합하는 데 유리하다고 여겼음직하다. 하지만 아무리 목적만 정당하면 수단은 상관없다고 여긴다 해도, 최소한의 예의가 있고 한도가 있는 법이다. 소위 사회지도층의 행태가 국민에게 몰상식과 막가파로 비쳐지는데 스스로 부끄러움조차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다.

유시민 씨는 스스로 ‘지식 소매상’을 자처해왔다. 그런 유씨의 지식이란 게 대통령을 ‘박통 2세’, ‘반인반신의 따님’으로 지칭한 것도 모자라, 장성택과 이석기 사건을 동일시하는 수준이니 말문이 막힌다. 여차하면 2인자도 즉결 처분하는 공포 사회와, 반국가적 행위조차 공정한 재판을 받고 있는 사회를 구분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정신분열이다. 지식의 마약상이라 한들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막말을 비판하는 것조차 불쾌해진다. 의사협회장이 칼을 들고 자해 공갈을 하는 것도 지성의 마비다.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우리 사회가 오기와 살의와 저주만 넘실대는 그런 사회가 돼 버렸다는 것인가. 실로 지성의 대공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