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못한’ 대자보 > 대학 캠퍼스에 대학생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는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늘고 있는 가운데 훼손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대전 한남대 동문 담벼락에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훼손된 채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안녕 못한’ 대자보 > 대학 캠퍼스에 대학생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는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늘고 있는 가운데 훼손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대전 한남대 동문 담벼락에 ‘안녕하십니까’ 대자보가 훼손된 채 붙어 있다. 연합뉴스
“동아리 모집 공고가 붙는 새학기 때를 빼곤 항상 썰렁하기만 했던 게시판에 이렇게 많은 대자보들이 붙을 줄은 몰랐어요.”

16일 오후 3시께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명륜캠퍼스 600주년 기념관 맞은편. 언덕길을 따라 30m가량 이어진 게시판에 손글씨로 적은 대자보 5개가 연달아 걸려 있다.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 아래 글쓴이의 이름과 학과, 학번을 밝힌 대자보들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과 국가정보원 댓글 사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담고 있다. 성균관대 최종학 씨(24·정치외교학과 09학번)는 “온라인 속에서 자신을 숨기고 의견을 밝히기보다는 오프라인에서 당당하게 이름을 드러내고 말하는 게 더 진정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주현우 씨(27·노동당 당원)가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 게시판에 ‘안녕들하십니까’라는 제목으로 대자보를 붙인 이후 몇 년간 썰렁했던 전국 대학가의 게시판이 대학생들이 붙인 대자보로 넘치고 있다. 주씨는 파업 철도노동자들이 대거 직위해제되는 사태 등을 소개하며 “하수상한 시절에 모두 안녕들하신지 모르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주씨의 대자보 게시 이후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중앙대 등 10여개 대학과 UC버클리 등 외국 대학에도 ‘응답 대자보’들이 나붙기 시작했다. 고려대 정경대 게시판에는 6일 새 60여개 대자보로 가득 찼다.

2008년 촛불집회 이후 뚜렷한 정치적 움직임이 없었던 대학가에 이는 대자보 열풍에 대학생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임정섭 씨(27)는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에 나와 있는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찬성 근거가 진짜로 사실에 근거한 의견인지 확실치 않다”며 “정확한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 없이 정부 발표를 무조건 불신하는 태도가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며 비판적인 의견을 보였다. 성균관대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박지민 씨(28)는 “철도 민영화는 대다수 시민들의 삶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기 때문에 누군가는 이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적극적 의견을 내야 한다”며 “사회문제에 무관심하다고 여겨져온 대학생들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보수성향의 네티즌들이 주로 활동하는 ‘일간베스트’에는 각 학교에 붙은 ‘안녕하십니까’ 대자보를 찢어낸 인증샷들이 올라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14일에는 고려대와 서강대, 건국대에 붙은 대자보가 찢겨진 채로 발견됐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