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한 편으로 사람 위로할 수 있어 행복"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국민 이모' 이해인 수녀, 37년 만에 새 시집 출간
“얼마 전 한 주부 독자가 저를 어려운 사람에게 위로를 주는 ‘국민 이모’ 수녀님이라고 불러줬어요. 테레사 수녀처럼 빈민촌을 돌아다니진 못해도, 시 한 편으로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대장암 투병 중인 시인 이해인 수녀(사진)가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1976)를 낸 지 37년 만에 《이해인 시 전집》(문학사상)을 출간했다. 지금까지 써 온 약 1000편의 시 중 200편 정도를 덜어내고 800편가량의 시를 1600쪽이 넘는 종이에 담았다.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17일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스스로 단 한 번도 훌륭한 시인 또는 문학적 평가를 받아야 할 문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전집을 내자는 제안을 받아 당황스러웠다”며 “내 시가 난해하지 않고 독자 스스로 쓴 것 같은 느낌을 줘 독자들이 위안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고 줄곧 투병 중이다. 그 이후 시 세계가 바뀌었다고 했다. 자신이 아프다 보니 아픈 사람의 입장에서 보게 되고, 자기가 하고픈 말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대신 표현해주고 싶어졌다는 얘기다.
이 수녀는 “암환자들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데 나라도 명랑하고 예쁘게 아프자고 다짐했다”며 “암세포에 조금만 참고 퍼지지 말아 달라고 타일러서 더 악화되지 않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런 마음 때문인지 이날 간담회 내내 그의 표정은 밝았고 목소리에도 힘이 넘쳤다.
해인이라는 이름은 필명이다. 본명은 이명숙. 부산 광안리 바다를 보며 바다 해(海)자를 넣고 수도자의 모습은 어진 덕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어질 인(仁)으로 지었다. 세례명인 클라우디아는 라틴어로는 원래 ‘보호자’라는 뜻이란다.
“더러 몸과 마음이 아파도 타인에게 받은 사랑 되돌려주기 위해 더 희생하고 아픔을 들어주고 싶어요. 인세도 사적으로 쓰지 않아요. 제 통장을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습니다. 전부 수도원에서 관리하고, 제가 죽어도 재단법인으로 들어가지요. 가진 건 주민등록증밖에 없고 교통비도 수도원 경리과에 신청해 타서 쓰지만, 수도자의 모습은 그런 게 아닐까요.”
이 수녀는 또 사람들이 시를 더 많이 읽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계발서나 다른 나라 작가들 작품보다는, 한국 시인들의 작품을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이웃을 더 용서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는 하나의 기도이자 노래고, 위로이고 편지니까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대장암 투병 중인 시인 이해인 수녀(사진)가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1976)를 낸 지 37년 만에 《이해인 시 전집》(문학사상)을 출간했다. 지금까지 써 온 약 1000편의 시 중 200편 정도를 덜어내고 800편가량의 시를 1600쪽이 넘는 종이에 담았다.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17일 열린 간담회에서 그는 “스스로 단 한 번도 훌륭한 시인 또는 문학적 평가를 받아야 할 문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전집을 내자는 제안을 받아 당황스러웠다”며 “내 시가 난해하지 않고 독자 스스로 쓴 것 같은 느낌을 줘 독자들이 위안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대장암 수술을 받고 줄곧 투병 중이다. 그 이후 시 세계가 바뀌었다고 했다. 자신이 아프다 보니 아픈 사람의 입장에서 보게 되고, 자기가 하고픈 말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대신 표현해주고 싶어졌다는 얘기다.
이 수녀는 “암환자들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는데 나라도 명랑하고 예쁘게 아프자고 다짐했다”며 “암세포에 조금만 참고 퍼지지 말아 달라고 타일러서 더 악화되지 않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런 마음 때문인지 이날 간담회 내내 그의 표정은 밝았고 목소리에도 힘이 넘쳤다.
해인이라는 이름은 필명이다. 본명은 이명숙. 부산 광안리 바다를 보며 바다 해(海)자를 넣고 수도자의 모습은 어진 덕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어질 인(仁)으로 지었다. 세례명인 클라우디아는 라틴어로는 원래 ‘보호자’라는 뜻이란다.
“더러 몸과 마음이 아파도 타인에게 받은 사랑 되돌려주기 위해 더 희생하고 아픔을 들어주고 싶어요. 인세도 사적으로 쓰지 않아요. 제 통장을 본 적도 없고 볼 수도 없습니다. 전부 수도원에서 관리하고, 제가 죽어도 재단법인으로 들어가지요. 가진 건 주민등록증밖에 없고 교통비도 수도원 경리과에 신청해 타서 쓰지만, 수도자의 모습은 그런 게 아닐까요.”
이 수녀는 또 사람들이 시를 더 많이 읽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계발서나 다른 나라 작가들 작품보다는, 한국 시인들의 작품을 읽어줬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이웃을 더 용서하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는 하나의 기도이자 노래고, 위로이고 편지니까요.”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