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희 씨의 ‘천지’.
신현희 씨의 ‘천지’.
“여고 시절 단발머리 나풀거리며 교복이 흠뻑 젖도록 물감을 짓이기던 기억이 나네요. 미술시간에 그린 내 작품이 교실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보고 화가의 꿈을 키웠던 그 환영이 오늘도 가슴을 설레게 하고요.”

18일부터 24일까지 충남 천안시 시민여성문화화관에서 개인전을 펼치는 서양화가 신현희 씨(82)는 “젊은 시절 화가의 꿈에 격렬한 색채감을 접붙이며 ‘문학적 회화’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 오사카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신씨는 천안에서 30여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미술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사군자 위주의 수묵화에 주목하다 2000년대부터 서양화로 방향을 틀었다.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백두산 천지, 황매산 주왕산 등 명산을 찾아다니며 자연의 미감과 신비감을 화폭에 담아내는 그는 최근 천안 시민문화여성회관에서 연 도솔미술대전에서 특선의 영예를 안았다.

신씨는 “30여년에 걸친 화업은 문학적 테크닉과 회화의 상상력을 극대화해 삶과 예술을 일치시키는 조화로운 세계로의 도전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소녀 시절 그림에 빠졌던 내 모습을 생각하며 새롭게 ‘증축’한 미의식을 통해 즐거운 2막 인생을 펼친다”고 덧붙였다.

그의 그림은 녹슬고 얼룩진 이야기보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아름다운 이야기가 많다. 젊은 시절 경험한 애틋한 사랑과 이별 기쁨 즐거움 등 갖가지 추억을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응축시켜 화면에 녹여낸다. 작업 주제 역시 ‘아름다운 인생’이다.

이번 전시에는 작년 초부터 작업한 서정적인 맛과 멋이 그대로 배어 있는 풍경화와 정물화 30여점이 나온다. (041)521-285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