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세계 최초로 디카 만든 코닥…경영자 '지적 근육' 허약해 100년 기업 간판 떨어졌다는데…
한때 ‘코닥’은 아날로그 사진 필름의 동의어였다. 코닥의 황금빛 필름은 세계 시장을 석권했고, 그 덕에 코닥은 우량기업의 대명사로 평가받았다.

코닥은 조지 이스트먼이 1888년에 세운 미국 회사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코닥은 필름시장의 90%를 차지했다. 거대한 공룡이자 독점기업이었다. 그랬던 코닥이 작년 뉴욕 법정에 파산신청을 냈다.

경영학계는 반사적으로 일본 기업인 후지필름에 주목했다. 필름시장에서 코닥에 치여 항상 2등에 머물렀던 후지필름은 지금도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후지필름의 올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예상 경상이익은 1400억엔. 사상 최대 규모다. 1등도 나자빠지는 마당에 어떻게 만년 2등이 살아남았을까. 그것도 예전보다 훨씬 강력해진 모습으로.

‘혼의 경영’은 두 회사의 갈림길에 천착한다. 그동안 비슷한 책과 논문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 책은 이전의 분석과 뚜렷하게 차별된다. 책의 저자가 바로 후지필름을 사지에서 건져낸 주인공인 고모리 시게타카 전 회장이기 때문이다.

고모리 회장은 코닥과 후지필름의 운명을 가른 결정적인 요인으로 ‘경영진의 판단’을 꼽았다. 코닥은 필름뿐만 아니라 디지털카메라 분야에서도 선두주자였다.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카메라를 만들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안이한 판단을 내렸다. 기술 개발만 하고 거기서 멈췄다. 추가적인 연구개발이나 마케팅을 중단했다. 디지털카메라가 코닥의 주력 제품인 필름시장 점유율을 떨어뜨리지나 않을까 우려한 결과다.

반면 후지필름의 경영진은 달랐다. 필름이 사라질 미래에 대비해 디지털 광학기술에 매진(→지필름이 코닥을 제친 비결)했다. 의료기기와 검사장비 복사기 등으로 사업영역도 다각화했다. 현재 후지필름의 전체 매출에서 필름이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못 미친다. 회사 이름에만 ‘필름’이 들어가 있을 뿐이다.

저자인 고모리는 경영자의 자질로 ‘지적 근육’이라는 말을 강조한다. “불이 났을 때 어디로 도망칠지를 가르쳐주는 교과서는 없다. 야성적인 본능과 현명함으로 이뤄진 ‘지적 근육’이야말로 위기를 극복하는 데 요구되는 필수항목이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