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페이스북의 첫 한국지사장으로 조용범 영업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이 발탁됐다.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를 따고 맥킨지앤드컴퍼니 실리콘밸리오피스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일하는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지만 1976년생으로 올해 35세인 그가 하나의 조직을 온전히 책임지고 이끌어야 하는 것은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페이스북코리아는 직원이 20여명에 불과하지만 급성장하는 한국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댄 니어리 페이스북 아시아·태평양지역 총괄 대표는 조 지사장을 선임하며 “모바일 사용 인구가 많고 페이스북 월 사용자도 1100만명을 보유한 한국은 페이스북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며 “한국시장에서 다양한 기업이 페이스북을 통해 마케팅과 캠페인을 펼칠 수 있도록 조 지사장이 페이스북코리아의 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본사 마케팅전략팀장으로 일하다 지난해 8월 한국으로 발령받은 그는 ‘악바리’로 통한다. 악바리 근성이 생긴 이유에 대해 그는 “남들보다 똑똑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남보다 3~4배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페이스북에 입사할 때부터 악바리 근성이 효과를 봤다. 페이스북에 입사하기 전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과 안면을 터 입사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는 “아는 사람 한 명을 통해 다른 사람을 소개받는 방식으로 페이스북의 모든 사람과 적어도 한번은 이야기를 나누거나 만나봤다”고 말했다. 남들보다 똑똑하지도 않고 미국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면접을 볼 때 3배는 더 열심히 준비했고 10배는 더 네트워크를 넓히는 데 힘을 쏟았다는 것이다.

조 지사장은 대학(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을 졸업한 뒤 약 5년 동안 한국 IBM에서 영업직으로 일했다. 그러다 2007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IBM을 그만두기 싫었지만 큰 물에서 노는 것이 좋다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유학을 가게 됐다”고 한다.

페이스북코리아는 2010년 설립됐지만 그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지사장도 3년간 공석이었다. 하지만 조 지사장이 온 뒤로 본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미팅을 하며 페이스북 광고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한국어 서비스도 강화하고 있다. 올초 10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두 배로 늘었다.

조 지사장은 “이것이 하고 싶다, 저것이 하고 싶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말로만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몰입해서 모든 것을 다 쏟아붓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