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오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퇴직금 충당금과 추가 수당 부담이 늘어나 기업마다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18일 판결 선고 직후 "계속 주장했던 게 정기상여금은 1개월을 초과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었는데 그게 깨졌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유감"이라며 "25년간 살아있던 행정해석을 전면적으로 뒤집는 판결이기 때문에 우려될 만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한 노사합의가 무효라는 건 수십 년간의 관행을 무시한 것이어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앞으로 임단협을 할 때 법원에서 계속 문제 삼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측은 "월급쟁이는 한 달 기준으로 약속된 근로에 대해 지급한 대가가 통상임금인데 그 부분에 대한 고려가 없이 정기성과 고정성에 방점을 둔 게 아쉽다"면서 "특히 경기가 살아나려는 시점에 이번 판결로 투자가 위축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GM의 경우에는 소송에 패할 때를 대비해 작년 8천억원을 충당금으로 준비했다"며 "다른 기업들도 투자할 돈을 인건비로 써야 하니까 경기 회복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계에서는 향후 과제로 임금체계 개편을 꼽았다.

체계를 단순화해 어떤 게 근로의 대가이고 어떤 게 은혜적인 급부인지 명확히 가려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산업계에 큰 혼란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애초 경총에서는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기업들의 추가 비용이 38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3년치 소급분 부담을 상정한 것이어서 현재로서는 판결 이후의 퇴직금 충당금 등을 고려할 때 8조∼9조원의 부담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500여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통상임금 문제 영향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6%가 통상임금 소송에서 기업 측이 패소하면 지급해야 할 임금차액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한 바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