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치 아프네” >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푸틴 대통령이 따분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 “골치 아프네” >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동안 푸틴 대통령이 따분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우크라이나를 놓고 유럽연합(EU)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에 자금 지원과 천연가스 가격 인하 등 적극적인 ‘선물 공세’를 펼쳤다.

러시아 이타르타스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국채 150억달러어치를 사고,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을 33% 깎아주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선 지난달 21일 친러시아 노선인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EU와의 경제협력 협상을 돌연 중단한 뒤부터 수도 키예프를 중심으로 한 달 가까이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국부펀드인 국가복지펀드가 우크라이나가 발행하는 유로화 표시 국채를 매입하고, 가즈프롬이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천연가스 가격도 1000㎥당 404달러에서 268.5달러로 낮추겠다”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략적 파트너이자 우방”이라며 “우크라이나 지원엔 어떤 조건도 붙어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와의 협상 당시 재정적자 감축을 비롯한 구조개혁을 경협 조건으로 요구했던 EU를 겨냥한 발언이다.

하지만 러시아 내부에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이 러시아의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안드레이 네차예프 전 러시아 경제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빌려줄 국가 복지펀드의 자금 150억달러는 러시아 국민의 연금 지급에 쓰일 돈”이라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의 국가 신용등급이 국가 복지펀드의 투자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는 2008년 국가 복지펀드가 투자할 수 있는 나라의 신용등급 기준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및 피치 기준으로 ‘AA-’, 무디스 기준으로 ‘Aa3’ 이상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현재 우크라이나의 신용등급은 3대 신평사로부터 모두 투자 부적격으로 매겨진 상태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