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2월18일 오후 5시10분

[마켓인사이트] 삼정KPMG에 생긴 '이상한 일'
18일 서울 역삼동 삼정KPMG 별관 5층. 삼정KPMG의 주주임원(파트너) 75명이 참석하는 사원총회가 열렸다. 지분 2%가량을 갖고 있는 정연상 부대표(경제연구원장) 제명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투표 결과 찬성 91.31%, 반대 5.83%, 기권 2.86%로 제명안이 압도적으로 통과됐다. 주주인 파트너를 제명하는 건 국내 회계법인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삼일에 이어 국내 2위 회계컨설팅법인 삼정KPMG에선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회계법인 중 첫 파트너 제명

회계법인은 사원인 회계사들이 출자금액만큼 책임을 지는 유한회사다. 경영진이 주주인 사원을 함부로 해고할 수 없고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회계 업계에서 삼정KPMG의 파트너 제명을 이례적으로 보는 이유다.

삼정KPMG는 “정 부대표의 해사행위가 도를 넘어 불가피하게 제명했다”고 설명했다. 삼정KPMG의 정년은 만 60세로, 정 부대표는 임기를 불과 석 달 앞두고 있다. 그는 제명으로 불명예 퇴직을 하게 됐을 뿐 아니라 회사에 파트너 지분을 반납해도 주식대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삼정KPMG는 정 부대표가 임직원들과 모기업 격인 KPMG인터내셔널에 이메일을 보내 증거도 없는 의혹을 제기했고 경영진에 문자, 전화 등으로 상습적인 협박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정 부대표는 경영진이 KPMG인터내셔널로부터 거액의 보상을 받았고 통제 절차 없이 접대비·경조사비를 집행하고 있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했다. 삼정KPMG 측은 “조직을 흔들기 위한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관련자들에 대해 민사소송과 형사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전·현 경영진 난타전

삼정KPMG는 2000년 윤영각 파인스트리트 회장(전 삼정KPMG 회장)이 이끄는 삼정회계법인이 더 덩치가 큰 산동회계법인을 인수해 만들어진 법인이다. 윤 회장은 2011년 산동 출신인 김교태 현 대표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물려주고 떠났지만 이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삼정회계법인은 2012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영업이익이 21억원으로 지난 회계연도에 비해 45% 줄었고 순이익은 29억원으로 25% 감소했다.

연달아 파트너들이 조직 운영과 인사에 불만을 품고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뿌렸고 이 중 보직해임된 인사도 있었다. 회계업계에선 삼정KPMG의 내홍이 현 경영진과 전 경영진 간의 앙금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삼정KPMG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제명된 정 부대표의 배후에 전 경영진이 있다고 지목했다. 또 “전 경영진이 EY한영에 간다는 설이 있다”며 “감사 수임 경쟁에서 삼정 고객을 한영으로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전 경영진 측은 “EY한영으로 갈 계획이 없다”며 “음해를 하고 있다”고 맞섰다. 김 대표는 “일부 파트너의 해사행위를 그대로 놔두면 회사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강한 조치를 한 것”이라고 했다.

삼정KPMG ‘내분’은 회계업계의 불황과 겹쳐 고객 신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투명성이 중요한 회계법인에서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불안정한 지배구조가 내분의 원인일 것”이라고 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