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8년 숙원인 경기도 이천공장 옆에 새 반도체 라인을 짓는다. 15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대형 프로젝트로 내년 2분기 착공한다. 이 회사는 2006년 공장 증설을 추진했으나 수도권 자연보전권역내 공장 입지 제한으로 실패했다가 8년 만에 투자가 성사됐다.

SK하이닉스 '8년 염원'…15조 투자 이천 D램공장 증설
18일 SK하이닉스 등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20일 이사회를 열어 2012년까지 향후 8년간 15조원 이상을 투자해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이천공장 터에 새 라인을 증설하는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D램을 생산하는 이천 M10 라인이 노후화한데다 공장 층고도 낮아 이를 대체할 새 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월간 13만장(300㎜ 웨이퍼 기준)의 D램을 만드는 M10 라인은 1990년대 초반 200㎜ 웨이퍼로 가동을 시작해 2005년 리모델링을 거쳤다. 그러나 운영 20여년이 지나면서 설비 노후에 따른 생산효율성 저하가 나타나자 SK하이닉스는 진작부터 정부에 증설 승인을 요청했다. 정부는 이번에 폐수 배출량을 줄이고 오염물질 농도를 낮춰 오염 총량을 지금 수준보다 낮출 것을 단서로 달아 허용했다.

M10라인 옆 50만㎡ 부지에 들어설 새 라인은 복층 구조로 2개 라인을 갖추게 된다. 내년 2분기 착공해 2015년 하반기 1단계 증설을 완료하고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2021년까지 몇 단계에 걸쳐 추가로 투자를 집행해 최종적으로 월 20만장 이상의 생산 규모를 갖출 것으로 알려졌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SK하이닉스의 새 라인은 우선 M10라인을 대체해 D램을 생산하겠지만, 향후 3차원(3D) 낸드 등을 생산하는 하이브리드팹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3D낸드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 8월 한국에서 양산에 들어간 데 이어 지난달 말부터 중국 시안 공장에 장비를 입고하는 등 대량 생산을 준비하고 있어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미세공정 기술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3D낸드를 양산할 경우, 비용과 원가경쟁력 측면에서 뒤떨어질 수 있어서다. SK하이닉스는 이천 연구개발(R&D)센터에서 24층으로 쌓는 3D낸드를 개발중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06년 12월 이천공장 증설 계획안을 정부에 냈지만, 구리공정에서 배출되는 폐수가 상수도원을 오염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는 청주에 반도체 공장을 세워 2008년 완공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