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주펀드 올해 1조 넘게 유출
삼성그룹주펀드가 올 한 해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초 삼성전자를 비롯 삼성 관련주들의 견조한 성과를 기대하고 돈을 넣은 투자자들은 평균 7%가 넘는 손실을 보고 있어 울상이다. 내년에도 관련주들의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수익 개선을 장담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30개 삼성그룹주펀드의 올해 평균 수익률(18일 기준)은 -7.28%를 나타냈다. 30개 테마펀드 중 금, 농산물을 포함 원자재펀드(-20.72%)에 이어 최하위권에 속한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1C5’(-7.82%) ‘동양모아드림삼성그룹자1A’(-9%) 등 주요 펀드 모두 7~9%대 손실을 봤다.

올해 국내 주식형펀드(-1.99%)와 비교해도 삼성그룹주펀드의 손실폭은 크다. 주요 편입 종목(9월 말 기준)인 삼성전자(-8.34%)를 비롯 삼성엔지니어링(-65.74%) 삼성전기(-25.40%) 삼성증권(-17.60%) 제일모직(-7.96%) 삼성물산(-6.55%) 등이 올 들어 지난 17일까지 6~65%의 손실을 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그룹주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은 1조원이 넘는다. 이 중 5141억원은 지난 석 달 새 빠져나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익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부터 삼성 관련주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 매력을 내세우면서 저가매수를 조언했다.

백재열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부장은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이슈가 가시화하면서 삼성그룹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삼성그룹주펀드에는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또 내년 경기 회복에 따른 실적장에 부응할 수 있는 종목들로 선별 투자하면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삼성 관련주들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펀드의 수익개선 폭은 시장 수준에도 못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재상 케이클라비스투자자문 대표는 “현재 삼성그룹주들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긴 했지만 업종, 개별 종목별로 주가 흐름이 크게 엇갈릴 수 있다”며 “차라리 코스피(인덱스) 수익률을 좇아가는 인덱스펀드가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