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사를 위해 학점을 높이고 영어 점수를 만들고 공모전에 여념이 없는 ‘취준생’에게 이 말은 다소 황당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세원그룹의 김문기 회장은 “(대기업에선) 임원이 부하 직원의 이름도 모르는데 어떻게 제대로 평가하고 보상할 수 있겠는가”라며 “(중소기업) 조직에서 일에 집중하며 회사를 성장시키면 회사와 함께 나도 성장한다”고 강조한다. 이것이 또 다른 의미의 ‘창업’이란 설명이다.
《제로플러스》는 현대자동차 품질평가팀에서 9년째 부품 협력사를 진단·평가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저자가 들려주는 중견·중소기업인 이야기다. 1000명 이상의 중소기업 창업주와 전문경영인을 만난 저자는 끈기와 치열함, 신뢰와 오너십, 상생과 나눔 등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기업을 성장시킨 기업인들의 경영 노하우와 인생관을 책에 담아냈다.
책에는 총 9명의 기업인이 등장한다. 김문기 회장은 “화장실이 깨끗해야 회사가 바로 선다”는 ‘화장실 경영학’과 자발적 리더십으로 기업을 일궜다. 서중호 아진산업 사장은 모든 직원에게 스포츠카를 사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나눔 경영을 실천해왔고, 강성진 월드솔루션 사장은 고아·전과자·고교 중퇴라는 스펙을 갖고도 오기와 성실을 무기로 경영신화를 썼다.
양진석 호원 사장은 야전 침대에서 신발을 신은 채 잠자며 일등 부품사를 키워냈고, 고(故) 김인찬 신기인터모빌 회장은 움직이는 자가 반드시 이긴다는 정신으로 최고의 자동차 내장재 전문기업을 일궜다. 직접 발로 뛰며 현장에서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최광오 대풍공업 사장,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와 현장 작업환경 개선을 단행한 정순백 위너콤주식회사 사장, 대기업에서 뛰쳐나와 부지런함을 무기로 건실한 기업을 일군 행복경영 추구자 김은호 동진이공 회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반드시 기회가 찾아온다는 진성현 명진테크 사장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저자는 기업을 세우고 성공적으로 경영한 이들로부터 공통된 특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있으며 스펙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일에 대한 집중과 몰입도가 높고 성공을 이룬 뒤에도 초심을 잃지 않는다.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지 않고 직원에게 돌려주고 나아가 국가 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마음으로 노력한다.
이들의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중소기업 예찬론.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일할 때 더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중호 사장은 “사장이 끌고 직원들이 졸졸 따라가면 딱 사장 수준만큼만 결과가 나온다”며 “직원들이 모두 ‘오너’와 같은 마음을 가질 때 회사는 사장의 수준을 뛰어 넘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