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 에쓰오일 2대주주 포기
부동산·노후 비행기도 매각, 한진해운 4000억 유상증자 참여…최대주주 자리 차지할 듯
한진해운도 2조 확보 자구책
적자내는 벌크선 철수 검토…컨테이너선 13척 등 팔기로
◆에쓰오일 2대 주주 포기하겠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전 임시이사회를 열고 대규모 재무구조 자구개선 계획을 내놨다. A380 등 신규 항공기 도입으로 인해 지난 3분기 809%로 치솟은 부채비율을 400%대로 낮추기 위해 모두 3조5000여억원을 마련키로 했다.
우선 대한항공 자회사인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주식 3198만주(28.4%)중 3000만주(26.64%)를 매각해 2조2000억원을 조달키로 했다. 또 B747-400, B777-200 등 연료 소모가 많은 구형 항공기 13대를 조기 매각해 2500억원을, 부동산과 투자자산 매각을 통해 1조400억원을 각각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안정적인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에쓰오일 2대 주주를 포기하기로 했다”며 “2007년 지분 매입 당시 에쓰오일 최대주주인 아람코 측과 우선매수청구권 계약을 맺어 현재 재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진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앞서 한진해운이 당초 제출한 자구계획안이 미흡하다고 판단해 추가 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자산을 묶은 뒤 특수목적회사(SPC)에 넣어 패키지 매각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이를 접고 새로운 자구개선 계획을 마련한 것이다. 산은 관계자는 “에쓰오일 지분 등은 시장에서 개별적으로 매각할 수 있어 굳이 SPC 방식으로 매각을 강제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최대주주될 듯
한진그룹은 지난 10월 한진해운 1500억원을 대여금 형식으로 지원한 데 이어 1000억원을 추가 지원키로 했다. 다만 최종 지원액은 한진해운홀딩스가 제공하는 한진해운 지분의 담보가치 한도 안에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은행에서 한진해운에 3년 만기 이상으로 3000억원 이상을 대출해야 한다는 것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한진그룹은 이와 함께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는 한진해운 유상증자에 4000억원 범위 안에서 참여키로 했다. 이 경우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도 자체적인 자구계획을 추진하기로 했다. 노후화된 컨테이너선 13척을 매각 또는 폐선 조치해 영업손실을 줄이기로 했다. 이 조치로 손실 규모가 1431억원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또 적자인 벌크선 사업을 접거나 축소해 219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모두 3729억원의 수익개선 효과를 낸다는 게 한진해운의 복안이다. 윤주식 한진해운 경영지원본부장(부사장)은 “벌크 등의 전용선 사업부문 터미널 유동화를 통해 6000억원을 확보하는 등 총 1조9745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강현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만 한진해운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며 “자구 노력이 언제까지 실행될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증시에서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지원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날 대비 1.14% 상승한 6490원에 장을 마감했다. 반면 대한항공은 3.24% 하락했다.
김대훈/이상은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