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기업은 난관 극복 전제로 목표 세우는데 공기업은 장애물 넘을 생각 않고 계획 잡더라"
“저도 한국마사회장 취임 전엔 ‘경마장’ 하면 도박하는 곳을 떠올렸습니다. 이런 이미지를 단시일에 바꾸기 쉽지 않습니다. 고객 만족 경영을 통해 장기적으로 인식을 개선하는 데 힘쓸 겁니다.”

취임 2주일을 맞은 현명관 한국마사회장(72·사진)이 19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5년 이상 중장기 계획을 통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현 회장은 “취임 후 경마 고객의 눈높이에서 경마장을 둘러보니 고객 동선부터 시설, 관람 환경, 베팅 시스템 등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며 “직원들의 서비스 마인드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현 회장은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과천, 부산, 제주의 경마공원은 대도시 인근의 금싸라기 땅입니다. 과천에 있는 서울경마공원의 40만평 규모 땅을 주민들이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테마파크로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는 “경마가 한국마사회 수입의 유일한 원천이라는 고정관념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켄터키더비, 멜버른컵 등 세계적인 경마 경주의 영상을 받아서 베팅하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현 회장은 “이런 것들을 추진하려면 법이 발목을 잡는다고 우려하는데 법은 고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마사회도 악착같이 문제를 물고 늘어져 결과를 창출해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은 모든 난관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제로 목표를 세웁니다. 공기업은 장애물을 받아들이고 목표를 세우더군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만 해서는 돈을 벌 수 없습니다. 다른 기업이 못하는 것을 극복할 때 ‘대박’을 낼 수 있는 거죠.”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의 전자카드 전면 도입 추진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 회장은 “사감위는 불법 사행산업을 규제해 합법의 테두리로 끌고 들어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사회가 연간 1조5000억원의 국가재정에 기여하고 있는데 매출이 줄면 국가재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전자카드 도입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말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