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축소' 시작] 원·달러 환율 '반짝 반등' 그칠 수도…엔低 태풍에 수출 '먹구름'
미국 양적완화 조기 축소(테이퍼링) 여파로 최근 연중 최저치를 위협하던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로 돌아섰다. 달러화 대비 엔화도 약세기조가 이어지면서 100엔당 원화환율은 나흘 만에 또다시 1010원대로 떨어져 5년3개월 만에 최저치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은 반등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 흐름을 돌려놓기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많다. 엔저 가속화도 한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 하락에 대한 우려를 더 키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5개월 만에 최대폭 상승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8원80전 오른 1060원10전에 마감했다. 이날 상승폭은 지난 7월31일(9원70전) 이후 최대폭이다. 장중에는 달러 ‘사자’가 몰리면서 11원 급등한 1062원30전까지 오르기도 했다. 정경팔 외환선물 시장분석팀장은 “미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 발표로 아시아 외환시장에서도 달러화 강세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원화 약세 흐름은 일정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국 테이퍼링에 따른 달러 유동성 축소 우려가 금리 상승과 달러 강세를 이끌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등 신흥국에 투자된 자금이 미국으로 돌아갈 경우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로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은 1차 양적완화기간 12.7%, 2차에 8.7% 각각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3차 양적완화 이후에도 7.1% 떨어졌다. 미국 내 풀린 돈이 한국으로 유입되면서 원화 강세를 부채질한 것이다.

하지만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환율 흐름은 거꾸로 바뀔 수 있다. 다만 반등폭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유한종 KB국민은행 트레이딩부 FX팀장은 “전격적인 테이퍼링 개시 결정이라는 뉴스의 파괴력에 비해 이날 상승폭이 큰 건 아니었다”며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주식과 채권 값은 큰 변동이 없었다. 코스피지수는 장초반 22포인트나 올랐지만 1.02포인트 오른 1975.65에 마감했다. 3년물 국고채 금리도 2.893%를 기록, 0.008%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엔저가 더 큰 부담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내년 1월부터 월간 양적완화 규모를 850억달러에서 750억달러로 줄이기로 한 것일 뿐 내년 말까지 유동성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뉴스 약발’이 끝나면 한국의 펀더멘털이 재차 부각될 수도 있다. 한국은 21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오고 있는 데다 사상 최대 규모의 외환보유액, 재정건전성이 뒷받침되면서 급격한 자금 유출도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 팀장은 “미국 금리 인상은 2015년 1분기께로 전망하고 있다”며 “1994년 2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기 5개월 전부터 외환시장이 이를 선반영한 걸 감안하면 내년 4분기부터나 원화 약세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달러화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엔화다. 미국과 달리 일본은 양적완화 기조 유지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원·달러 환율은 내년 평균 103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이 경우 원·엔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떨어질 것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내수가 조금 살아난다 해도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건 역시 수출이라는 점에서 부담이다. 신 부문장은 “엔저 역풍 속에 수출이 얼마나 잘 버티느냐가 성장 수준을 가늠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정환/김유미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