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판결에서 추가 임금 소급청구 제한 요건으로 제시한 ‘노사 합의’의 범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노사 협상으로 맺은 단체협약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정한 취업규칙도 노사 합의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전문가들은 “취업규칙도 근로자가 인지하고 따르고 있었다면 노사가 합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주완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는 19일 “취업규칙에 통상임금을 십수년간 정해 왔는데 노조가 이의 제기를 안 했다면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도 “단체협약에 명시돼 있을 때만 노사 합의고 취업규칙 등 다른 것은 안 된다고 법원이 판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근로자가 인지하고 따르고 있었다’는 조건의 입증과 관련해서는 법정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취업규칙에서 정했다면 근로자는 사용자가 정한 임금을 기계적으로 받아온 것”이라며 “자발적으로 취업규칙을 따랐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고용노동부가 969개 사업장을 표본조사한 결과 31.8%(308곳)가 통상임금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었다. 이 가운데 단체협약이 91곳, 취업규칙이 147곳, 근로계약서 등 기타가 70곳이었다.

■ 취업규칙

회사에서 근로자가 지켜야 할 규율이나 임금 휴식 등 근로조건을 명시한 규칙. 10명 이상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용자는 이를 작성해 고용노동부에 신고해야 한다. 작성·변경 재량권은 사용자가 갖지만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는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양병훈/강현우 기자 hun@hankyung.com